무한도전 가요제에 나왔던 노래.
유재석과 이적의 '말하는 대로'
사실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이때 나는 아직 무언가가 간절하지 않았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고 아직 많이 철이 없었다. 미래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그냥 철부지 청춘이었다.
그래서 자주 듣지 않았다. 오히려 이 노래보다는 순정마초 라는 노래를 더 좋아했었다.
몇년 후 지하철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이때 나는 취준생이었다. 현재는 물론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였다.
교통비가 아까워 한시간 거리를 걷고, 과자 하나를 사 먹고 싶어도 한참을 망설였다. 내가 쥐고 있는
돈은 내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돈이었다. 나는 부모님께 손 벌릴 나이가 아닌데, 손을 벌리고
마냥 집에 엉겨붙어 있었다. 그런 내가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한, 그런 시기였다.
고요히 시작되는 이 노래가 내 처지와 꼭 같아서, 매일같이 불안한 잠을 청하는 나 같아서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지만, 이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이 더할 나위 없는 위로가 되었다.
누구나 그런 시절은 있을 수 있다고, 그래도 한 번 더 해 보라고 다독여주는 따뜻한 손 같았다.
지금 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20대를 돌이켜볼 때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들과 함께 한 노래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