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려도 웃고, 괴롭혀도 웃는 찰리.
서른두 살의 찰리는 도너 빵집의 점원으로 십칠 년째 일하고 있어요.
찰리는 자신을 향해 웃는 동료들이 모두 친구라고 생각해요. 웃는 건 좋은 거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웃음은 찰리를 비웃는 거예요. 왜냐하면 찰리는 바보니까요.
찰리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어요. 똑똑해지는 것.
자신이 똑똑해지면 엄마와 아빠와 여동생을 찾아서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찰리는 스트라우스 박사님에게 수술을 받았어요. 똑똑해진 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앨저넌에게 꽃을』은 대니얼 키스의 소설이며, 1959년에 출간되었어요.
자그마치 60여 년 전의 작품인데 어떻게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걸까요. 놀랍게도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찰리가 뇌수술을 통해 바보에서 천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들려주고 있어요. 단순히 치료를 위한 뇌수술이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은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인체에 대한 실험은 엄격히 규제되고 있지만 만약 지능을 높일 수 있는 뇌수술이 가능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찰리는 비크맨 대학교의 심리학과장인 니머 교수와 뇌외과 전문의 스트라우스 박사의 연구에 참여한 피실험자예요.
그들이 찰리를 선택한 이유는 지능은 떨어지지만 똑똑해지고 싶은 열망을 가졌다는 점 때문이에요. 찰리는 여러 번 상담을 받았고, 수술 전부터 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꾸준히 경과보고서를 직접 쓰고 있어요. 소설은 찰리가 쓴 경과보고서를 통해 찰리의 과거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맞춤법도 틀리고 주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록하고 있지만 수술 이후 점차 똑똑해지는 찰리의 변화를 느낄 수가 있어요. 찰리는 실험실의 쥐 앨저넌과 미로찾기 시합을 했어요. 앨저넌은 뇌수술을 받은 특별한 쥐라서 찰리와 미로찾기를 했을 때 전부 다 이겼어요. 정말 똑똑한 쥐예요. 하지만 뇌수술 이후에는 찰리가 앨저넌을 이겼을뿐만이 아니라 니머 교수와 스트라우스 박사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질 정도로 천재가 되었어요. 더욱 놀라웠던 건 찰리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떠올렸다는 거예요. 엄마와 아빠가 싸웠던 일, 여동생 노마가 태어난 뒤에 벌어졌던 일.
사실 찰리는 허먼 삼촌에게 보내졌다가 삼촌의 친구 도너 씨의 빵집에서 일하게 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삭제되었던 과거가 되살아나면서 찰리는 바보 찰리의 삶을 되짚어볼 수 있었고, 늘 웃고 행복했던 감정이 증오와 분노로 뒤바뀌고 말았어요. 주변 사람들은 바보 찰리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던 거예요. 너무나도 똑똑해져서 천재가 된 찰리는 지난 일들을 참을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가장 화가 나는 건 연구실에서 니머 교수가 찰리를 실험동물로 취급하는 태도였어요. 니머 교수에게 찰리는 앨저넌과 똑같은 존재이며, 지능이 높아졌으니 비로소 진짜 인간이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마치 찰리의 창조주인 것처럼 굴고 있지만 원래 찰리는 수술 전에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어요. 이제 찰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앨저넌뿐이에요. 그러나 앨저넌은...
도너 빵집의 점원 패니는 찰리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처럼 금기를 깼으니, 이제라도 그만두고 예전처럼 착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라고 충고했지만 찰리는 단호하게 거절했고, 결국 찰리는 빵가게에서 쫓겨났어요.
핵심은 찰리가 똑똑해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왜 똑똑해지고 싶었느냐는 동기예요.
똑똑하지 않아도 찰리는 행복했어요. 그런데 똑똑해지려는 건 엄마와 아빠, 여동생 때문이었어요. 사랑받고 싶었으니까요.
봉인된 과거의 기억들이 열렸을 때, 그때 찰리에 관한 모든 의문이 풀렸고 너무나 슬펐어요. 천재 찰리 역시 해답을 찾았어요. 찰리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인간의 조건은 지능이 아니라 따스한 가슴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찰리에게 꽃을...
좋은 사람과 쓰레기를 구분하려면
그에게 착하고 상냥하게 대해주어라.
좋은 사람은 후일 한번쯤
너에 대한 보답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고
쓰레기는 슬슬 가면을 벗을 준비를 할 것이다.
- 모건 프리먼 -
"냉소적으로 변했군." 니머 교수가 말했다.
"이 모든 기회를 통해 자네가 얻어낸 결과가 고작 그런 것인가?
천재가 되더니 세상과 동료에 대한 믿음을 죄다 잃었군 그래."
"그 말씀이 완전히 옳다고는 할 수 없죠." 나는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능 하나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당신들의 대화에서는 지능과 교육과 지식을 모두 숭배하죠.
하지만 당신들이 모도 놓친 한 가지 사실을 이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능과 교육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 제가 최근에 발견한 다른 사실이 있는데요. 가설로 제시하죠. 애정을 주고받을 줄 모른다면, 지능은 정신적이거나 도덕적인 붕괴로 이어지고,
신경증이나 정신병까지 낳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기적인 목표에 온 정신이 팔려 타인과의 관계를 배척하면, 분명 폭력과 고통만 남게 되겠죠."
(359-360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