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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도서]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캐서린 메이 저/이유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2020년 팬데믹 위기는 우리 모두에겐 겨울 같은 시련이었어요.

아직 그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영국의 작가 캐서린 메이가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자신이 겪은 힘겨운 순간들을 어떻게 지나왔는지를 기록한 내용이에요.

출간되자마자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그럴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예요.

 

"어떤 겨울은 햇살 속에 온다. 

9월 초, 마흔 번째 생일을 일주일 앞둔 어느 무더운 날

내게도 이런 겨울이 찾아왔다." (8p)

 

지금이 아니었다면 이 문장은 누군가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쉽게 잊혀졌을 테고, 다수의 공감을 얻지도 못했을 거예요.

안 좋은 일은 늘 겹쳐서 온다고 하잖아요. 캐서린 메이에게는 남편의 복통이 겨울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것 같아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복통의 원인은 맹장염이었고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복막염이 될 때까지 방치된 남편을 보며 덜컥 죽음이 떠올라 두려웠다고 해요. 수술 후에도 고열에 시달리는 남편 곁을 지키며 가슴을 졸여야 했고, 그 시간 동안 아들 버트는 이웃집에 맡겨져 있었어요. 그리고 버트는 등교 거부를 했어요. 여섯 살 나이에 학교라는 곳에 압박감을 느꼈는지 불안 증세가 심각해서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 거예요. 더 나은 삶을 위해 사직서를 낸 저자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악재들은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기나긴 불면의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밤마다 스스로를 경멸하다가참담한 마음으로 들이킨 위스키는 상황을 더 나쁘게 했어요. 그러다가 술을 완전히 끊었고 집 안에 편안히 머물면서 스스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뜨거운 물로 목욕하고, 조용히 산책한 뒤 낮에는 읽고 쓰는 일을 하며 겨울나기를 위한 노력을 했어요. 그 노력의 일환으로 노래 강습을 받았는데, 그때 필립 선생님으로부터 안정감을 찾는 법과 폐로 공기를 들이마시는 법, 목소리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배웠어요.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뭐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그 겨울에 노래가 준 기쁨은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가족 모두가 함께 노래할 수 있어서,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라서 가능한 일, 그게 바로 윈터링인 것 같아요.

결국 우리 모두는 이 겨울이 언젠가는 지나가리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러니 이를 악물고 버텨내며 살아야 해요.

 

 

나는 한네에게 윈터링을 준비하고 싶은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어머니는 네가 하려는 것을 이렇게 부르시지."

한네는 '탈비텔라트 talvitelat '라고 말한다. 영어에는 여기에 대응하는 단어가 없는데,

살금살금 겨울을 준비한다는 뜻 정도로 번역된다.

...

"핀란드에서는 언제부터 겨울 준비를 시작해?"

"8월."

"8월이라고?"

"사실 거의 7월부터지. 추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모든 걸 준비해두어야 하거든.

추워진 다음에는 아무 데나 마음대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40-41p)

 

그 모든 능숙한 준비가 망각하게 한 사실이 있었다.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건 쓸모 있는 일이지만, 딱 거기까지 나아가게 할 뿐이라는 것.

겨울에는 몇 발짝 더 멀리 가봤자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 (44p)

 

추운 겨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공간을 환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121p)

 

행복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슬픔 역시 그렇다.

아마도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혹은 힘든 일을 거치면서, 

우리는 슬픔을 무시해야 한다고, 책가방 속에 슬픔을 쑤셔 박아놓고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때때로 그 또렷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윈터링이다.

슬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165p)

 

여기에 또 하나의 윈터링의 진실이 놓여 있다.

겨울에는 지혜를 얻게 되며, 겨울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에게 그 지혜를 

전해줄 책임이 있다는 것.

마찬가지로, 우리보다 먼저 윈터링을 겪은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다. 아무도 손해보지 않는 선물 교환과도 같다. (1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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