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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도서]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강혜인,허환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스마트폰에 깔린 배달앱으로 손쉽게 주문 끝!

편리해진 세상, 뭐가 문제 있나요?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는 두 기자의 사회탐사 찐 취재기예요.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소속의 강혜인 기자와 <프레시안> 사회팀 소속의 허환주 기자는 2019년부터 배달 노동의 현실을 공동 취재했고 이 책에서 각종 플랫폼으로 확장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플랫폼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의구심 없이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어요.

그러나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3000원의 편리함'에 가려진 불편하고도 섬뜩한 이면을 보여주고 있어요.

 

청년들이 더 많이 죽었다.

배달 시장과 플랫폼 노동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거기서 시작됐다.

매년 5월, 고용노동부는 전년도 기준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발표한다.

한 해 몇 명이 일하다 죽었는지, 사망자들의 업종과 사고 유형, 연령층 등을 정리한 보고서다.

2018년 12월, 스물넷 김용균 씨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있은 후 우리는 산업재해 현황 전반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

... 그 결과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사업장 외 교통사고'로 사망한 33명의 사망자 중 2명을 제외한 31명이 모두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가 사망했음을 알게 됐다.

피자, 치킨, 족발을 배달하다 트럭, 가로수, 버스에 치여 사망한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에는 총 21명의 청년이 산재로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10명이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했다. 2017년에는 13명 중 4명, 2018년에는 30명 중 12명이었다. 2019년 상반기에도 8명 중 6명이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15-17p)

 

두 기자는 2019년 9월부터 직접 라이더를 밀착 취재했고, 2020년에는 쿠팡이츠에 배달 파트너로 가입하여 자동차 배달, 자전거 배달, 도보 배달을 직접 해봤으며 배달의민족 배민커넥트에서 배달을 해봤어요. 동행 취재와 직접 체험을 통해 두 기자는 거대한 배달 산업을 굴러가게 하는 배달 노동의 실상을 알게 됐어요.

 

연간 10~15조 원 규모의 배달 시장은 건당 3000원 하는 배달 노동자들과 함께 톱니바퀴처럼 굴러갔다.

우리가 목격한 건 "혁신"이라는 허울 뒤에 숨은 불합리, 알고리즘 뒤에 숨은 탐욕, 그리고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하는 광고 뒤에 숨은 강제성이었다.

우리가 가장 장시간 쉬지 않고 일했던 날을 꼽아 수익을 계산해봤다. 하루 여섯 시간 자동차 배달로 번 돈은 4만 8930원, 운전한 총거리는 54.9 킬로미터, (자동차 연비를 리터당 10킬로미터로 잡고 기름값을 1300원으로 계산해)  기름값 7150원과 그날 먹은 점심깞 8000원을 제외한 후 이를 여섯 시간으로 나누니 시간당 5630원을 번 셈이 됐다. 

2020년 최저임금 8590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고 있다.  (53p)

 

작년에 쿠팡 본사 앞에서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의 독단적 정책을 중단하는 모습을 뉴스 기사로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들이 무엇을 주장하는 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플랫폼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배달 노동자(플랫폼 노동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예요. 국회에서는 2021년 3월 18일,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 에 관한 법률안'과 '직업안정법 전부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뚜렷한 한계점이 있어요. 바로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현재 플랫폼 업체들은 '특고' 신분인 노동자들과 '사장 대 사장'으로 위탁계약을 맺고 있어 기업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이나 산안법은 물론, 4대 보험 등도 가입할 필요가 없어요. '특고' 신분인 플랫폼 노동자들 (배달앱의 라이더들이나 청소앱의 가사 노동자들, 대리앱의 운전기사들)은 명목상 '사장'이라서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단체 행동을 통해 수수료 인하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없어요. 플랫폼 경제는 이러한 사장들의 노동력을 값싼 비용으로 착취하며 굴러가고 있어요. 결국 플랫폼 기업이 말하는 혁신이란 플랫폼 노동자들의 피 땀 눈물을 쥐어짜내는 시스템 전환이었어요. 

만약 플랫폼 기업들이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해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 끔찍할 것 같아요. 당장의 편리함에 속아서 우리의 미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두 기자의 찐 취재기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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