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술관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예요." (8p)
예술을 공부하지 않아도 명화가 주는 감동은 누구나 느낄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예술의 힘인 것 같아요.
근래에는 미술관을 가는 대신 미술 관련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어떤 그림들은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어요. 단순히 감상해도 좋지만 볼수록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책을 통해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중이에요.
《위로의 미술관》 은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진병관님의 책이에요. 첫 장을 펼치자마자 그림도 아닌 문장 덕분에 감동했어요.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도 쉬운 삶을 산 이는 한 명도 없는데, 그들은 어떻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갈 수 있었을까요.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요.
저자는 스스로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절망과 시련, 고독과 외로움을 극복해낸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어요.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에는 클로드 모네, 모리스 허쉬필드, 그랜마 모지스, 수잔 발라동, 앙리 마티스, 폴 세잔의 작품이,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에는 이반 아이바좁스키, 오귀스트 르누아르, 귀스타브 쿠르베, 라울 뒤피,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외로운 날들의 그림들에는 케테 콜비츠, 툴루즈 로트레크, 알폰스 무하, 프리다 칼로, 조르주 쇠라, 렘브란트 판레인의 작품을, 휴식이 필요한 날의 그림들에는 구스탐프 클림트, 에드윈 헨리 랜시어, 찰스 버튼 바버, 아서 엘슬리,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피터르 몬드리안, 칼 라르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진병관님이 들려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훌륭한 예술 작품에 대한 찬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작품 내면에 깃든 정신을 끌어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어요. 맨 처음 저자가 말했듯이, <위로의 미술관>을 다 보고 나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음을 느끼게 될 거예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곧 그런 사람이 되는 길일 테니까요.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워낙 유명해서 다들 알고 있는 그림이지만 저자의 설명이 더해져서 더 깊은 감동이 밀려올 거예요. 제겐 따스한 위로와 용기를 주었네요.
"즐거움을 담고 싶었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앙리 마티스 Henri Matis (58p)
... 앙리 마티스의 정물화 속 굴을 보고 있으면 그가 팔십 평생 보여주었던 열정이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의 한 에피소드와 오버랩된다. 극 중 등장인물인 피스톨이 팔스타프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하자, 팔스타프는 한 푼도 빌려줄 수 없다며 정색한다. 그러자 피스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렇다면 세상이란 내가 칼로 까먹어야 할 굴이로군."이라고 대꾸한다. 굴은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어 열기 힘들지만, 칼을 이용하면 열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성공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 이야기는 런던 교통카드, 오이스터 카드의 유래이기도 하다.) 마티스가 셰익스피어의 글을 읽고 이 작품을 그렸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칼인 붓과 가위를 들고 새로운 굴을 까듯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마티스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많은 이가 행복해지기를 기원했고 실제 몸이 좋지 않은 친구의 집에 자신의 그림을 걸어주며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가졌다. 일흔이 넘어 암 수술을 받을 당시 그는 의사에게 작품의 마무리를 위해 3~4년만 더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리고 기적같이 84세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살며 수많은 이에게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기 나름이라는 감동을 주었다. 마티스는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가이자, 자신의 삶과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용기와 행복을 북돋아 주는 어른이기도 하다. (66-67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