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어둠에서 벗어나 빛으로 향해가는 끊임없는 과정입니다.
... 빛을 향해 가슴을 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푸는 것처럼, 그 황홀함을 느낀느 것입니다." (26-29p)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모든 색을 더 선명하게 보여줄 뿐 특정 색을 가리거나 막는 일이 없어요.
꽃은 햇살을 머금어 더욱 빛날 뿐 다른 꽃들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아요. 우리에게 자연은 예술이고, 예술은 그 자연 안에 담긴 특성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점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돼요. 사람들은 상처 입은 마음을 자연에서 치유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안팎으로 어지럽고 혼란한 시기인지라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분열을 조장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놀랍게도 예술이 우리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네요.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은 김인중 신부님이 그리고 원경 스님이 쓴 책이에요.
이 책에는 김인중 신부님의 그림과 원경 스님의 시가 함께 어우러져 찬란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어요.
그야말로 '아름다움' 하나에 다름을 초월하는 강력한 힘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도스토옙스키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제할 것이다" (10p)라고 말했는데, 원경 스님은 그 아름다움 안에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 즉 사랑과 진리 그 자체가 들어있다고 표현했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매일 더럽고 추악한 것들로 오염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고역이에요. 깜깜한 어둠이 계속될 것만 같은 두려움에 떨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어요. 어둠 속에 갇힌 사람들에게 이 책은 영혼에 빛을 밝히며 희망의 향기를 전하고 있네요.
두 분은 빛섬아트갤러리에서 처음 만났는데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편안했다고 해요. 원경 스님은 갤러리에 전시된 신부님의 그림을 보며 조지훈의 시 「승무」 의 시구인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 (16p) 마음을 어루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 저 역시 강렬한 빛의 색채로부터 감동을 받았어요. 김인중 신부님은 자신의 작품을 하느님에게 바치는 온전한 봉헌으로 여기기에 작품에 제목을 달지 않는다고 하는데, 책 속의 작품 사진 옆에 원경 스님의 시를 읽으니 그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네요. 원경 스님의 「한 울타리」라는 시에서 '눈 맑고 깊은 마음/ '우리'의 이름 되자 / '사랑'의 이름 되자' (135p) 라는 대목이 우리에게 '원융무애'의 뜻을 알려주네요. 막힘과 분별과 대립이 없으며 일체의 거리낌없이 두루 통하는 상태로 불교의 이상적 경지를 뜻하는 용어라고 하네요.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예술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과 근원적 진리, 심오한 깨달음까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