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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도서]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기욤 마르탱 저/류재화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스포츠 선수와 철학자 사이에는 굉장한 간극이 있다는 편견이 있어요.

어쩐지 철학자는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것 같고, 스포츠 선수는 운동만 할 것 같다는 이미지에서 비롯된 허상인 거죠.   실제로 스포츠와 철학은 사람을 가리질 않는데, 오히려 인간 스스로 경계를 긋고 영역을 구분하여 편견을 생성하고 있어요.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는 기욤 마르탱의 책이에요.

이 책은 저자의 경험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픽션과 에세이가 혼합되어 있어요. 기욤 마르탱은 학창 시절 학업과 사이클을 병행하다 낭테르 대학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프로 선수로 활동하며 철학과 스포츠를 주제로 한 책 세 권을 썼다고 해요. 사이클 선수이자 철학자인 자신을 벨로조프라는 재미있는 신조어로 명명하며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스포츠를, 스포츠 애호가들에게는 철학에 대해 말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그가 처음 출전한 2017년 투르 드 프랑스 때 언론에서 인텔리 사이클 선수의 스토리에 관심을 보였고, "마르탱, 핸들 잡은 니체"라는 기사 제목이 떴다고 해요. 이 작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주목받으면서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매번 인터뷰하는 기자들이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걸 보고 이상한 알고리즘을 발견했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쓰게 되었대요. 인터넷 기사의 64퍼센트가 이른바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이라는 연구 결과에 충격을 받은 저자는 일반화, 고정화, 상투화를 깨뜨리는 방법으로 책을 선택한 거죠.

우선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투르 드 프랑스가 뭔지를 알아야 해요.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는 1903년 창설되어 매년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라고 해요. 프랑스 전역과 인접 국가를 3주 동안 일주하며, 대회 기간 및 경기 구간, 거리는 해마다 조금씩 다르며 대략 4,000킬로미터를 달린대요. 1개의 프롤로그 구간과 20~21개의 구간으로 이루어지고, 하루에 한 구간을 달리는데, 같은 그룹 선수들의 구간별 소요 시간은 모두 같은 기록으로 측정되며 구간별 측정 기록으로 선두와 득점 우승자를 가려 각 선수에게 색깔이 다른 경기복(프랑스어로는 '마이요', 영어로는'저지')을 수여한대요. 종합 선두는 옐로 저지(노란색 경기복), 득점 우승자는 그린 저지(녹색 경기복)을 입고 다음 구간을 달린대요. 평지, 중간 난이도, 고난이도 등 스테이지 (프랑스어로는 '에타프') 등급에 따라 선수에게 주어지는 점수도 달라진대요. 산악 구간 우승자에게는 별도로 폴카도트 저지(붉은색 점무늬 경기복)가 수여되며, 구간별 총합 기록 시간이 가장 짧은 선수가 최종 우승자가 된대요.

이야기의 시작은 투르 드 프랑스에 그리스 팀이 초청되었는데, 선수들이 사이클 선수인 동시에 철학자라는 거예요. 유명한 철학자들의 등장이 황당할 수도 있지만 사이클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신기하게 철학 이야기가 맞물려가네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기자회견으로 출발해 사이클 경기를 위한 훈련 과정이 나오고, 한 달 간 경기를 치른 후 독일 팀으로 넘어가네요. 과연 최고의 팀은 어디가 될까요. 철학 역량을 가진 사이클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포츠와 철학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독특했어요. 파스칼, 스피노자, 마르크스, 니체, 소크라테스, 플라톤, 프로이트 등등 철학자들이 땀을 흘리며 치열하게 투르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많은 편견들이 사라졌어요. 사이클 경기와 인생, 결국 본질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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