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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영화] 디스트릭트 9

개봉일 : 2009년 10월

닐 블롬캠프

뉴질랜드 / SF / 청소년 관람불가

2009제작 / 20091015 개봉

출연 : 샬토 코플리,데이비드 제임스 엘리엇

내용 평점 5점

내 인생 베스트 영화 탑텐 같은게 있다면 꼽고 싶은 영화.

주인공이 처음 등장할 때, 나는 그렇게 흐리멍덩한 인상은 처음 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다른 사람을 이해할 만한 머리도 되지 않고, 처음부터 주어졌던 것을 당연한 듯이 필요이상으로 누리는 모습은, 흉물스럽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던 외계인보다도 더 짜증스러운 존재였다. 그러나 밑바닥을 치게 되면서, 흐리멍덩한 눈에 빛이 들어오며 투사가 되어 가는 게 인상 깊었다. 영화초반의 주인공은 비호감이었지만, 영화종반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할리우드의 액션 스타 그 자체였다. 여전히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도 잘 모르고, 자기 이외의 세계를 둘러보지 못하는 주변머리는 좀 아쉬웠만 사실, 인간은 다 그렇지 않은가. 자기 일이 아니고서야,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대신 그런 편협한 머리에도 받은 사랑의 기억이 있어, 아내만을 지고지순하게 그리는 모습이 사랑받고 자랐구나 싶었다.

울적하게도 가진 것을 누리고만 사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이 있다. 능력이상의 일이 닥쳤을 때,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지는 못하지만, 배신도 하지 않는다. 외계인과의 성추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아내는, 그가 가장 필요할 때 그에게 힘이 되진 못하지만,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그에게 전화를 한다. 하긴, 우리에게 필요한건 슈퍼맨이 아니다. 무슨 일이 닥치든 '당신을 이해해'라고 옆에 있어줄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지. 그럼에도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의지되지 않더라도 옆에만 있는 걸로도 되지 않을까. 힘든 일을 겪기 않았기에, 더 곤란해지기 전에 사람을 내치는 그런 영악함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나약하고, 심지없는, 그러나 온기를 가지고 있는.

사실 영화는 외계인들이 가지고 있는 피라미드의 최하층구조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게끔 바퀴벌레와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다. 그들을 그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딱히 나서서 도와주고 싶지도 않다. 동그란 눈을 빛내는 물개를 도와주는 것과는 차원이 틀린 존재이지 않은가. 이성적으로는 그들이 생명체라는 것을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바퀴벌레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편협한 사고를 영화를 보는 동안 그 누구도 버리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도 다르지 않다. 귀여운 애완동물보다, 길거리의 노숙자가 더 혐오스러운 것도 사실이니까. 술에 취해서, 나한테 폭력을 휘두를지도 모르고(실제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세금이나 축내는 자들에 대해 고운 시선을 가지긴 힘들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또한 노숙자들을 위한 모금을 하고, 빵을 주고, 그들이 거리에서 죽지 않도록 도와 준다. 이것은 이성적인 일이다. 

어디에든 대입이 가능한 권력-비권력의 구조에, 추한 외형을 통해 감정, 즉, 양심을 막아버렸다. 이 결과물이 어찌 비극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디에 대입을 하든 그것은 자유다. 서구인과 동양인, 시민과 부랑자, 전쟁난민, 제 3세계의 사람들(미국식 전쟁영화에서 등장하는 인해전술로 달려들기만 하는 동양인의 모습이라거나). 이것은 바뀌지 않을 권력-비권력의 모습이고, 우리는 방관자이다. 그들의 외형에, 배경에, 가진 것을 비교하곤 그들을 귀찮다고 여기고 있는.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신나게 부수고 썰고, 영웅이 생기고, 현대에 있어선 약자가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인 방송에 의한 폭로가 이루어지는 볼만한 SF영화다. 직접 말하지 않고, 그 부조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괜찮은 영화다. 그 외모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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