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시사회를 갈 때, 궁금했던 것은 '왜 19금일까?' 하는 점이었다. 포스터를 볼 때는 솔직한 연애이야기 같은데, 어디에, 어떻게 야한 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사실 영화가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을 때, 가장 손해를 보는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다. 만 20세가 되지 않은 관람객을 다 놓치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야한 장면은 은유로 넣어 처리하거나, 아니면 아예 야한 소재를 다뤄 성인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 따로 야한 장면이 없어도 이 영화는 19금이 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다. 어른의 솔직한 사정을 모두 다 담아냈으니 말이다.
실연 이후, 서로에게 이별을 고하는 방법이 흥미롭다. '헤어지자'고 말하고 뒤돌아서던 순간이 아니라, 각자가 마음을 정리하고 정말 헤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남자는 '아무나 걸려라'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귄다. 그러나, 아직 마음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헤어졌으니,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는 수순을 밟는 것 뿐이다. 여자는 헤어졌지만, 남자가 자신보다 더 빨리 이별의 상처에서 회복한 사실이 밉다.
그러나, 결국 여자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헤어졌구나.' 그리고 술에 취해 아무 남자와 잔다. 슬픔을 수용하는 단계에는 수용, 부정, 타협, 분노, 우울의 다섯 단계가 있다고 하는데, '될대로 되라' 싶은 마지막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옆에 그 남자가 없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받아들이고 쿨하게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남자는 그제야 이별을 체감한다. 늘 옆에서 자신을 챙겨주던 여자친구의 부재가 하나씩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다. 옛 여자친구와 지금의 여자친구를 비교하며, 외로움과 현실적 불편함을 느낀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재결합할 확률은 80%라고 한다. '욱'하는 한순간을 참지 못하고 서로에게 가졌던 불만을 모두 쏟아내며 헤어졌지만, 이미 서로에게 익숙해진 상대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연인이 다시 '똑같은 이유'로 싸워서 헤워질 확률은 97%라고 한다.
영화속에서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엄청 낮지만, 매주 당첨되는 사람이 있잖아. 3%면 큰 거야. 큰 거라고."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 다른 97%처럼. 그리고 처음 연애했던 것처럼 떨리는 시간을 가지지만 예전과 달라졌다. 여자는 남자사 잠시 사겼었던 어린 여자아이를 무시할 수 없고, 남자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잤다는 사실이 계속 떠오른다. 그리고 혹시나, 실수해서 또 헤어질까봐 살얼음판을 걷는듯 조심스럽게 서로를 대한다.
속마음을 숨기고, 나보다 상대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추측해서 행동하는 연애. 이런 연애가 즐거울 리 없다. 두 사람은 다시 이별을 고한다. 첫 이별보다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서로에게서 돌아선다.
그러나, 이 두사람은 과연 이걸로 끝난걸까? 헤어진 연인들은 왜 계속 다시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는 가장 심각한 순간에 가장 웃긴 장면을 집어 넣어 시종일관 유쾌한 기분으로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수준급이라 영화 속으로 저도 모르게 빨려 들게 된다.
다만, 마지막 부분이 조금 아쉬워서 별 10개에서 하나를 뺐다.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는 너무도 잘 나온 수작이지만, '파는 상품'인 대중영화로 볼 때는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