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택시는 잘 타지 않는다. 어쩌다 타는 일은 늦은 밤까지 술자리가 이어진 날. 그날 외에 자발적으로 택시를 타는 일은 거의 없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버스다. 술에 떡이 된 날도 시간만 허락한다면 버스를 이용해 집에 간다. 간혹 조금 멀리 가거나 누군가와 같이 이동할 땐 자차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버스가 좋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에 책을 보던 잠을 자던 나만의 자유시간이 선사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요금까지 싸다. 1250원이면 대구시내를 지나 경북지역까지도 갈수 있다. 곳곳에 버스 노선이 깔려 있는 이 나라에 태어난 나는 참 복된 사람이다.
반면 택시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튼, 택시』의 저자, 서평가 금정연이다. 15년 무운전면허의 소지자. 어디든 택시를 이용하고 특히 카카오 택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금정연은 지난번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때 읽은 그의 글이 너무 좋았다. 그 뒤로 몇 번인가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물론 핑계일 뿐이다). 그러다 '밀리의 서재'란 앱을 알게 되었다. 정액제 e북 대여 서비스인데 한 달간 무료 사용이 가능하단 말에 혹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무튼, 택시』를 만날 수 있었다.
"택시를 타면 항상 일지를 기록하거든요. 일지를 바탕으로, 택시 타고 오가며 보고 듣고 느낀것들이랑 그 전후에 있었던 일들을 쓴 책이에요"
금정연. 이 사람 참 대단하다. 택시를 타면서 '택시 일지'를 작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책으로 냈다. 택시를 타면서도 무언가를 끄적이다니, 역시 필력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닌가 보다.(나도 뭐라도 일지를 작성하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귀찮아서 곧 그만둘 테지...)
택시일지가 뭐 읽을거리가 있을까? 그게 뭐 재미난 거라고 _ 란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난 그저 키득키득 될 뿐이었다. 그것도 너무나 자주. 자꾸만 나도 모르게 피식거렸다. 대체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재밌냐. 고작 택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재밌냐고~ 다른 어떤 에세이보다도 재미있었다. 심지어 『아무튼, 택시』라는 제목에 미안할 정도로 택시 이야기에서 샛길로 새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은 어떤 교훈을 얻을 생각으로 읽지 않았다. 그저 책을 탐독했다. 그리고 즐겼다. 그거면 충분했다. 책을 통한 배움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그러다 보면 지친다. 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한때 자기 계발서에 빠져 책에 지쳐 읽기를 그만둔 적이 있었다. 근래에 들어서야 책을 즐기며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즐기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이제 저자의 다른 책들을 찾아봐야겠다. 이번엔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겠지?
"가끔은 택시가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여름에 에어컨이, 겨울에 전기장판이 좋은 이유를 굳이 설명해야 하나?
나는 싫어하는 책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너무 두꺼워서. 너무 얇아서. 주인공이 너무 멍청해서. 주인공이 너무 똑똑해서. 너무 적은 사건이 벌어져서. 너무 많은 사건이 벌어져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 그런데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