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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도서]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을 읽다보니, 제목을 잊어버렸다. '사물'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싶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긴 순간부터 글쓴이의 낮고 투명하면서도 맑은 목소리가 전해진다. 사물은 초점 밖으로 어느새 밀려 그 자리에 사람과 삶, 관계가 넓게 자리한다. 삶에 대한 단정하고 단단한 심지가 느껴지는 글이다. 영국과 한국에서 삶을 에피소드로 전한다. 특별히 부유하지 않고, 저명한 업적한 남기지 않았지만 이주민의 삶과 사람을 연구하며 돕는 활동을 한 저자 #이향규 향은 확실하다. 삶에 대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애쓴 흔적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절실해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제목은 '사물'이라고 지칭했지만 오히려 사람과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야기한다. 그의 목소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손 내밀고, 함께 있어주는 일을 강조한다. 결코 쉽지 않은 시대이지만 내미는 손, 보듬아 안는 손이 서로 되어주자고 이야기한다.


■ 같이 천천히 걷고, 넘어지면 부축하고, 잊으면 다시 말해 주면 된다. (25쪽)
□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은 마침이 없다. 마침은 오로지 한 순간, 끝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힘든 일이지만 이해의 폭은 넓어진다.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오늘도 힘들게 그 하루를 보낼 누군가를 응원한다.

■ 결혼한 지 20년이 되어도, 나는 '혼자'와 '같이'라는 두 바퀴의 균형을 찾느라 종종 휘청댄다. (39쪽)
□ '같이' 해야 하지만 '혼자'도 처할 줄 알아야 하는 균형감각을 요한다.

■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성탄절'은 사라졌다. 언제나 있었던 것, 그래서 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흔적을 남긴다. (51쪽)
□ 부재가 알리는 존재감이다. 늘 사라진 후에 더 절실해지는 존재가 있다.

■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69쪽)
□ 메멘토 모리.

■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은 엄마가 작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개나리 나뭇가지에 걸고 그 아래에서 음악을 듣는 모습이다. 그런 여유는 일하면서 아이 넷을 (거의) 혼자 키웠던 엄마가 자주 누리던 호사가 아니었을 텐데, 한복을 입고 노란 꽃 아래 앉아 있던 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참 고우셨다. 그래서 나에게 개나리는 엄마의 나무가 되었다. (80쪽)
□ 함께 한 시간과 장면은 사진처럼 기억 속에 박제될 것이다. 어떤 사진을 박제할지 오늘의 선택에 따라 달렸다.

■ 빨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만든다.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는, 예컨대 햇볕과 바람도 빨래를 통해 그 형체를 드러낸다. 그건 물 잔이 물의 형태를 잡아 주는 것과 비슷하다. (98쪽)
□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삶도 이러하다. 눈에 띄지 않는 책읽기, 안부묻기, 고독, 인사 등이 쌓여 사람의 표정과 언어, 움직임으로 드러난다. 자신이 드러내는 그 무엇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 채리티 숍은 영국 전역에 1만 1천 2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내가 사는 이스트본 시내 중심가에도 큰길을 따라 적십자사, 영국 심장 재단, 암 연구 재단, 구세군, 옥스팜, 마리 퀴리, 셸터 등 채리티 숍이 스무 개 가까이 있다. ..중략...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온갖 어려움을 누군가는 곁에서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 괜히 고맙고 안심이 된다. (124쪽)
□ 환산되는 경제적 가치만을 쫓느라 놓쳐버린 삶을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무거운 주머니를 털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

■ 우리 골목의 단체 대화방 소개 글은 이렇게 적혀 있다. "이 불확실한 시기에 서로를 살펴보는 커뮤니티 그룹." 다른 말로 '이웃'이다. (164쪽)
□ 자신밖에 모르는 존재로 키워져 가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스스로 지키기보다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의지하며 돌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 돌보는 일은 '전문직'인 것 같다.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필요와 요구를 알아채는 뛰어난 감수성, 타인의 속도에 맞추는 인내심, 의식주처럼 삶의 재생산에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 시대 변화를 학습하는 능력, 강건한 체력과 정신 건강이 요구된다. (186쪽)
□ 돌봄은 상대를 향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상대를 서게 한다. 다만 소진되어야 할 에너지는 소비될수록 더 많은 내적 에너지를 스스로에게 축적시킨다.

◆ 창비교육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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