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 천천히 걷고, 넘어지면 부축하고, 잊으면 다시 말해 주면 된다. (25쪽)
□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은 마침이 없다. 마침은 오로지 한 순간, 끝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힘든 일이지만 이해의 폭은 넓어진다.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오늘도 힘들게 그 하루를 보낼 누군가를 응원한다.
■ 결혼한 지 20년이 되어도, 나는 '혼자'와 '같이'라는 두 바퀴의 균형을 찾느라 종종 휘청댄다. (39쪽)
□ '같이' 해야 하지만 '혼자'도 처할 줄 알아야 하는 균형감각을 요한다.
■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성탄절'은 사라졌다. 언제나 있었던 것, 그래서 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흔적을 남긴다. (51쪽)
□ 부재가 알리는 존재감이다. 늘 사라진 후에 더 절실해지는 존재가 있다.
■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69쪽)
□ 메멘토 모리.
■ 내 가장 오래된 기억은 엄마가 작은 트랜지스터라디오를 개나리 나뭇가지에 걸고 그 아래에서 음악을 듣는 모습이다. 그런 여유는 일하면서 아이 넷을 (거의) 혼자 키웠던 엄마가 자주 누리던 호사가 아니었을 텐데, 한복을 입고 노란 꽃 아래 앉아 있던 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참 고우셨다. 그래서 나에게 개나리는 엄마의 나무가 되었다. (80쪽)
□ 함께 한 시간과 장면은 사진처럼 기억 속에 박제될 것이다. 어떤 사진을 박제할지 오늘의 선택에 따라 달렸다.
■ 빨래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만든다.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는, 예컨대 햇볕과 바람도 빨래를 통해 그 형체를 드러낸다. 그건 물 잔이 물의 형태를 잡아 주는 것과 비슷하다. (98쪽)
□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삶도 이러하다. 눈에 띄지 않는 책읽기, 안부묻기, 고독, 인사 등이 쌓여 사람의 표정과 언어, 움직임으로 드러난다. 자신이 드러내는 그 무엇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 채리티 숍은 영국 전역에 1만 1천 2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내가 사는 이스트본 시내 중심가에도 큰길을 따라 적십자사, 영국 심장 재단, 암 연구 재단, 구세군, 옥스팜, 마리 퀴리, 셸터 등 채리티 숍이 스무 개 가까이 있다. ..중략...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온갖 어려움을 누군가는 곁에서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 괜히 고맙고 안심이 된다. (124쪽)
□ 환산되는 경제적 가치만을 쫓느라 놓쳐버린 삶을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무거운 주머니를 털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
■ 우리 골목의 단체 대화방 소개 글은 이렇게 적혀 있다. "이 불확실한 시기에 서로를 살펴보는 커뮤니티 그룹." 다른 말로 '이웃'이다. (164쪽)
□ 자신밖에 모르는 존재로 키워져 가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스스로 지키기보다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의지하며 돌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 돌보는 일은 '전문직'인 것 같다.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필요와 요구를 알아채는 뛰어난 감수성, 타인의 속도에 맞추는 인내심, 의식주처럼 삶의 재생산에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 시대 변화를 학습하는 능력, 강건한 체력과 정신 건강이 요구된다. (186쪽)
□ 돌봄은 상대를 향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상대를 서게 한다. 다만 소진되어야 할 에너지는 소비될수록 더 많은 내적 에너지를 스스로에게 축적시킨다.
◆ 창비교육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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