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 사람을 분리해 낼 수가 없다. 물리적 분리는 이루어진 지 오래였으나 그것마저도 내가 한 일은 아니었다. 그 사람이 나를 놓아 버린 것처럼 나는 그 사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거기에 있다. (11쪽)
■ 어른들의 시선이 불쌍한 아이를 도우려는 눈빛에서 불편한 것을 보는 눈빛으로 바뀌는 것보다 그냥 "네." 하고 마는 것이 나았다. (12쪽)
□ 타의적 선택에 의해 마주한 현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정과 불편의 대상. 외면하고 싶지만 직면해야 할 우리의 현주소이다.
■ "언니 아빠가 언니들을 벌니 거잖아. 왜 언니들이 미안해야 해?"
"아빠는 우리 안 버렸어. 내가 신고한 거지."
"아니, 언니네 아빠가 잘못한 거잖아." (43쪽)
□ 오고 갈 집이 없는건지,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
■ 해서 언니는 돈을 벌겠다며 미용고에 진학했다. 우리는 만 18세가 되면 그룹홈에서 나가야 했는데 미용고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한 좋은 선택지였다. 그런 선택지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해서 언니를 모범 사례라고 불렀다. (57쪽)
□ 미래와 꿈은 현실과 직업으로 대체된다.
■ "그런 희망이 설을 죽였어." (112쪽)
□ 가족, 가정이라는 평범을 꿈꾸는 희망, 그 희망은 가족으로부터 파괴되었고 누군가는 생을 떠났고 누군가는 죽은 채 생을 살았다.
■ 나는 물에서 나와 돌다리를 마저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두 번은 미끄러지지 않았다. 중심 잡기에 성공한 나는 의기양양해졌다. 처음부터 이렇게 걸으면 좋았을걸. 하지만 물에 빠지지 않았다면 징검다리를 무사히 건너는 방법은 평생 몰랐을지도 모른다. (149쪽)
□ 두 번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중심을 잡는다. 사회 틀 안에서 바로 서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제서야 사회의 틀 안으로 발을 디뎠을 수도 있다.
■ 하지만 생각과 마음의 속도는 달랐다. 해서 언니에게 임신 축하 선물을 주고 싶었고, 나도 솔 언니에게 택배 박스를 보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언젠가 들었던,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잘 받고 잘 준다는 말이 떠올랐다. (161쪽)
□ 보호와 관심 속에서 자라지 못했던 기간의 부재는 끊임없이 부족함을 만들었다.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했고, 생각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 여섯 살 상처받은 민서의 목소리가 나를 충동질했다. 하지만 나는 솔 언니와 해서 언니를 끊어 내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두렵다는 이류로 솔 언니와 해서 언니를 끊어 내는 게 아빠 같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 부질없더라도, 다시 상처받더라도, 결국 실패하더라도 나는 믿어 보기로 했다. (197쪽)
□ 자립준비청년 모두가 사랑과 관심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어려움, 비전없는 직업 선택 등을 모두 겪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평범하고 보통 가정의 청년에 비해 자라나는 과정 속에서 충분하고 넘치는 사랑과 보호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 경제적 빈곤을 벗어나도록 정부의 지원은 늘었고, 사회의 관심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 꾸준한 관심과 변화가 멈춰서는 안된다. 민서, 해서, 설에게서 보았던 그늘은 단순한 경제적 고난만이 아니었듯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내는 도움이 그려져야 한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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