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학기 아카데미가 개강을 한 지 두주가 지났고 삼주째 접어든다. 지난 한 학기는 시범의 연속이었다. 누구도 해 본적 없는 커리큘럼를 만들어 각 차시마다 진행했고 인사형태 또한 업계의 관습을 타파하려 노력했다. 크지 않게 큰 소리나지 않게 차근차근 발전해가는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은 나름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좋은게 가면 나쁜게 오고마는걸까. 가을학기 시작하자마자 잡음 비슷한것들이 연거푸 발생했다. 주차문제로 건물주와 대판 싸움이 났고 학생의 학칙위반사항이 불거졌다. 주차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사람간의 관계는 삐걱거렸고 머릿속에 잡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불선자를 보더라도 선자가 되리라. 매번 반복하며 부르짖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학칙위반은 교사에겐 경고와 학생의 자퇴로 이어질 것 같고 환불조치될 것이다. 모든 게 경험을 쌓는 과정이리라. 아카데미 학기가 이어지고 인원수가 늘어나다보면 별의별 상황이 있을 것임을 미리 짐작하고 준비하라는 작은 소란이지 싶다.
지난 주말은 여수에서 보냈다. 공기는 습하고 무척 더웠다. 한동안 습기를 느끼지 못했는데 아주 극한의 습을 맛보았다. 향일암에서 바라다본 다도해 바다와 습기를 머금은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식히지 못한 열기에 종일 걷다가 지쳐서 숙소로 돌아갔다. 민물에 땀과 열기를 씻어내고 태양이 저무는 하늘과 잔잔한 바다결을 보며 살짝 잠이 들었다. 여행의 극치를 말하라고 하면 좋은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이런 경험이 아닐런지.. 극도로 몸을 힘들게 만들어서 방전될 때까지 에너지를 다쓰고 고요하게 무너지는 일! 나의 여행은 매번 그런 형태로 간다.
다음날은 남원에 들렀다. 세상에나! 생애 두번째 남원 방문이다. 첫번째는 언제였는지도 기억에 없지만 광한루원을 보니 살짝 기억이 났다. 영화촬영지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보니 매우 친근감있게 보게된다. 어쨋거나 날은 여전히 습하고 더웠다. 서도역과 노봉마을이 위치한 혼불문학관을 찾아가보니 이번 여행의 백미는 예상치않게 바로 여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공간을 찾아가 애틋한 문장을 읽어가듯 살피는 일은 어딘지 예사롭지 않고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허물어져가는 벽에 쓰인 문구, 작은 꽃밭에 핀 채송화들, 맨드라미, 봉숭아는 어릴 적 맨날 본 것들이 아니었나. 노란 꽃이 매우 작아만 보인 호박덩쿨도 내겐 희귀한 풍경이어서 자꾸 폰으로 찍게된다.
오!! 그리고 사진이 업로드되었다. 파일명을 숫자로 했다.
비바람이 치는 8월 31일
여행 뒷날은 일하기 좋은 날이다.
봄날이 가듯이 이제 여름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