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으나 정작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다양한 변명거리들은 항상 내 주변에 넘쳐났고 나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사람이었으니까. 제발 일어나 걸어서 구석진 곳으로 방향을 틀어 애써 만들어놓은 책방에, 그 책방의 의자에 앉아보라고 매번 나를 다그쳤다. 하늘이 무너져도 나는 그 책방의자에 앉질 못할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분명 나는 그 의자에 앉아야만 할 일이 반드시 생겨야만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예 포기했다. 너는 그 곳에 있으렴 나는 다른 곳으로 갈련다
100일동안 기도를 할 수는 없었다. 100일동안 새벽에 일어나 명상만 할 수는 없었다.
남들은 하루가 변하니 인생이 변했다고 영상이며 SNS에 올리고 난리도 아닌데 나는 정작 뭘 올리기도 뭐하고 안하자니 뭔가 하고 싶고 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살았다. 남 사는 거 보면서 사는 사람도 아닌데 나는 나만 잘하고 살면 되는 그런 사람 아닌가. 새벽 5시 17분. 그냥 그 숫자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기를 반복해 보았다. 우선 그 시간에 맞춰 그냥 눈뜨고 눈감기 반복, 그러다가 앉은뱅이 책상에 책을 놓고 납작연필 깎아서 한 자루 놓고 잠을 청한다. 알람이 올린다. 일어난다. 책을 편다. 한참 책장을 넘기다가 알게 되었다 이 어둠속에서 나 홀로 조용히 앉아 있다는 사실! 방안은 따뜻했고 나는 밍크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책장을 넘겼다. 지난 겨울 1월 중순경부터 시작한 아주 잘한 일이 바로 이거다. 100일 기도는 아니고 100일 독서는 중간에 길게는 두시간, 작게는 한시간이 후딱 지나가는 경험을 남겼다. 집중이라니,,,, 날 밝을 때 몰랐던 집중의 시간을 경험하고 약간의 졸음과 싸워야 했지만 하루의 모든 일을 다해 낸 기분을 아주 조금, 느껴보았다.
창작오페라 대본의 디테일을 위하여 날마다 글쓰기에 신경을 쓰는 중이다. 날마다 빼먹지 않고 노트북을 켜놓고 자리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지우고 채우고를 반복하면서 처음부터 현재 자리까지 읽고 또 읽고 앞의 행동을 다시 반복하고 다시 쓰고 지우고 채운다. 지역성이 있는지라 사투리에 신경을 쓰면서 말하듯이 말투 그대로 옮기는 작업에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사가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수렴하여 되도록이면 연극배우들도 무대에서 자신의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아주 많아아니 대사를 넣어달라는 기획사 대표와 연출가 의견에 나는 두말도 않고 언제든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미 첫 대본리딩이 있었고 피아노반주와 가사연습도 했었다. 다음 연습때는 모두가 외워서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고 대사 대본은 아무래도 그즈음에 완성품으로 내놓으면 될 것 같기는 하다.
일터에 노트북을 두고 다니다가 어제부터 퇴근할 때 들고 나간다. 그냥 뭔가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어쨋거나 안쓰더라도 들고 나간다. 쓰지 않고는 안될 그 시기가 온 것 같기도 하다. 몸안에 갖고 있으면 안될 것 같은 터질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분출의 욕구라는게 바로 이런 건가 싶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가지고 다닌다.
다음 대본의 소재도 내 상상속에서 살아가는 중이다. 그 상상을 지난 번 모임에서 맥주잔 들이키며 작곡자가 넌즈시 말했더니 올해 이 오페라 무대에 올리고 이 작품으로 중앙 진출을 도모하고 싶다고 기획사대표가 속내를 드러낸다. 지역성이 강해서 보편성 있는 다음 작품으로 나는 생각중인데 말이다. 물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난 내 떡을 썰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