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과 11월에 무대에 올릴 창작오페라 포스터 제작이 한창이다. 기획자가 프로필사진과 내용을 보내라고 한다.
나는 나만의 프로필사진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프로필 용도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요즘은 사진작업의 피드백이 속도감이 있어서 어제 찍고 오늘 금세 받아보았다. 어제 점심을 간단히 먹었는데도 약간 더부룩하고 소화 안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부담감때문이었던 것 같다, 프로필 사진 보정 후 받아본 1차 사진은 좀 웃겼다. 나를 너무 만들어놨다. 코주위가 넓게 퍼진 것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아마도 팔자주름을 제거하다보니 생긴 펑퍼짐한 코의 느낌으로 추정된다. 내 코는 나름 높이가 있고 작고 아담한데...이건 뭥미!
그래서 다시 음영을 넣어 자연스럽게 원본과 비교하여 최대한 비슷하게 보정을 요구했다.
나는 나임을 발견하고 싶을 뿐!
3번의 보정작업은 자연스러움을 요구하는 것이었는데, 멀리서 보면 나처럼 보이나 가까이서 보면 여전히 어색한 여자의 얼굴 그 자체였다.
결국 프로필사진은 사기의 한 부분으로 규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원본 그대로 써야 하는데, 그건 좀 자신감이 후욱 떨어지는 일이다. 아주 잘생기지 않을 바에는 그냥 사기를 칠 수 밖에 없다. 다음번에 한번 더 자연스럽게 찍어보리라
사진은 그렇다치고 프로필 내용을 정리해야 하는데 다섯줄 정도로 나를 보여줘야 한다. 이건 사기를 칠 수 없는 부분이다. 요즘 세상이 혼탁한 이유는 자신의 이력을 속이기 때문 아닌가!
아! 그런데 내용을 정리하려고 보니 공간이 너무 빈다. 이 나이 되도록 이렇다 할 이력이 없다니 에효...어쩌나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한국에 돌아와 내 스스로 했던 일들은 정말 소중했다. 그 일들을 간단하고 뚜렷하게 적어보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마법을 걸어본다. 그래야 이걸 완성할 수 있다.
어려웠던 지난 날 프랑스어 가르치면서 돌아다니던 그 시간들이 소중했고 지금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창작오페라 시나리오 작가로 두번째 수상작을 내놓았으니 나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화악 써서 던졌다.
기획자는 조용히 거두어갔다.
끝!
이렇게 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