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사람 저변에 있는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을 공부하면 정말 사람의 기본적인 심리를 꿰뚫고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는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학자들과 이론들이 나열된 방대한 심리학 서적을 보고 생각만큼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심리학을 우리 일상에 접목시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이론들만 발췌해놓았다. 13파트 주제에 맞게 분류한 이론과 이론을 증명하는 실험들이 담겨 있고 이 법칙이 갖는 의미가 무엇이고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쉽고 흥미롭게 설명이 되어 있어 금방 읽히지만 드는 생각이 많아서인지 하나하나 적으면서 읽어나갔다. 그 중 나에게 인상 깊었던 이론들이 있다.
앵커링 효과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얻은 첫 번째 정보에 따라 사고가 좌지우지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즉, ‘앵커’는 배의 닻을 말한다. 닻을 내리면 배가 아무리 멀리 움직인들 닻에 묶인 밧줄의 거리만큼 맴돈다. 첫 번째 얻은 정보는 바다 밑바닥에 잠겨 있을 수 있으며 우리의 사고 역시 어딘가에 고정되어 왜곡된 선입견이 생겨날 수 있으며 우리의 사고 역시 어딘가에 고정되어 왜곡된 선입견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p27)
결국 선입견이 생긴다는 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고 일을 처리해왔는지 모른다. 그것이 내가 많이 알고 몸소 체득한 결과라고 자부했었는데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았다. 책에서 일러 준 사고에 닻을 내리는 것을 피하기 위한 사항을 참고하여 선입견을 가지려고 할 때마다 경계해야겠다.
학습된 무기력
-학습된 무기력은 반복된 실패 경험으로 자신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불가능하다고 포기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장기간 부정적 생활 경험이 축적됨으로써 자신감과 성공을 추구하는 동력이 상실된 것이다. (p83)
무기력을 경험할 때가 너무 많다. 나의 무기력은 어디에서 온 걸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갑자기 어떤 일이라도 당장 해낼 것 같은 의지가 불타오르다가도 단박에 꺼지며 나는 안 될 거라며 좌절하는 꼴이 그냥 타고난 것인지, 주위의 환경 때문인지, 시험에서 여러 번 떨어진 경험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런 나의 무기력의 근원에 대해 따지는 것보단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어느 새 무기력이 학습되었듯 극복하는 것도 학습될 수 있겠지.
뷔리당의 당나귀
-망설이며 우유부단하게 결정하지 못할 때 종종 우리는 자신을 이성적이고 신중한 결정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걱정이 많고 소극적인 모습을 ‘세세하고 이성적인 유비무환 자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유부단한 사람은 언제나 선택 사이에서 배회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러한 이성주의는 본질적으로 선택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p133)
단순히 생각이 많고 완벽함을 추구하다보니 선택에 남들보다 신중한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내면의 두려움에 직면하는 것이 무서워 애써 감춰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택을 저울질하다가 이내 둘 다 포기해버리고 말았던 지난날을 돌아보고 선택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주목한다.
자이가르닉 효과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속에 일종의 압력 시스템이 생기는데 이 시스템은 우리를 긴장 상태로 만든다. 일을 완성하지 못하고 중단했을 때, 이러한 긴장 상태는 한동안 지속되고 미완성한 임무 역시 계속 마음을 짓누른다. 그러나 임무를 완성하면 이러한 긴장 상태는 즉시 사라지고 우리의 뇌는 그 임무를 쉽게 잊어버린다. (p273)
내 마음속에도 압력을 받는 일들이 꽤 많이 들어차 있다. 그만큼 완성하지 못하고 중단한 일들이 많다는 얘기다.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일, 어찌어찌 실행했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부족해 그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한 일들. 끝맺지 못한 일들에 미련을 가지고 마음속에 꾹꾹 쟁여놓아서인지 어딘가 안절부절 못하다. 일단 행동하기만 하면 혼신의 힘을 다해 몰입하게 된다는데 장기전에 돌입하게 되면 맥을 못 추는 것 같다. 그래도 먼저 행동으로 옮기고 나서 못 하겠으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도 나에겐 중요한 것 같다.
슈와르츠의 논단
-슈와르츠가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 싶은 바는 행복은 흔히 그렇듯이 항상 ‘불행한 외투’를 걸치고 우리의 삶에 걸어 들어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불행 속에서 행복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p319)
행복은 불행 속에 감춰져 있다는 것이 희망적이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다. 무수히 많은 클로버들 사이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는 것과 같을까. 찾다보면 네잎 클로버가 한 무더기로 발견될 때도 있고 찾기 힘들어서 다른 클로버를 이어 붙여 교묘하게 네잎 클로버로 만들기도 했었던. 불행은 별난 행복일 수도 있다는 말이 마음에 위안이 된다. 행복과 불행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서 떠올려보면 행복했을 때보다 불행을 통해 얻는 것들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한 길 사람 속의 복잡함을 속속들이 알 순 없지만 기본적인 심리에서 기인한 것일 테니 헤아려보는 노력은 해봐야지 마음 먹었다. 책에서 심리법칙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시하는 대처방안이나 해결점이 도움이 되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