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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대디

[도서] 댄싱 대디

제임스 굴드-본 저/정지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빠와 아들의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댄싱 대디라는 제목에서 구김살을 느낄 수 없듯 시종일관 유쾌했다. 한 줄의 묘사도 그냥 허투루 넘기지 않고 위트가 넘치며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웃음 뒤에 슬픔이 있다는 말처럼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잃은 두 사람의 처연함도 이내 느껴졌다. 함께 사는 가족이지만 서로를 위로하기엔 그리 친하지 않았던 부자 사이여서 슬픔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고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퍼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리즈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몇 달치 월세가 밀려 집주인 레그에게 독촉을 받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사장에서 해고당하고 일자리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신세가 된 대니와 엄마를 잃고 말을 하지 않는 윌은 어떻게 똘똘 뭉쳐 슬픔을 극복해 나가게 될까.

 

그는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제 아내가 곁에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를 영원히 볼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니는 곁에 없는 아내를 곁에 없는 아버지와 비슷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볼 수 없는 아버지처럼 말이다. (p36~37)

 

평소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사람이 갑자기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살지는 않는다. 영원히 나와 일상을 함께 할 거라 믿기 때문에 갑작스런 죽음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며칠 전까지 나눴던 대화, 시선, 온기가 집안 구석구석 남아있고 사용하던 물건들은 주인을 기다리며 그대로 있는데 사람만 홀연히 사라지고 없는 상황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멀리 여행을 떠난 거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마뜩찮은 현실을 잊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현실을 마주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대니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판다 옷을 입고 거리에서 춤을 추며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춤에는 젬병인 그가 아들과 길거리로 쫓겨나지 않으려 거리에서 발버둥을 치지만 벌이는 영 시원찮다그래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난 폴댄서 크리스털의 도움으로 춤 강습을 받기에 이른다. 그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대니는 크리스털의 춤을 따라하며 몸부림에 가까운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그를 괴롭혔던 문제들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기적을 경험했다. 리즈를 잃은 슬픔과 엄마를 잃은 슬픔에 말을 하지 않는 아들 윌을 보는 안타까움, 공사장에서 해고당한 뒤 직면한 막막한 현실의 암담함 등이 대니를 힘들게 하였지만 어쨌든 눈앞에 놓인 밀린 월세부터 해결하려면 춤을 배워야만 했다. 별다른 선택이 없었고 주저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춤 뿐만 아니라 말싸움을 하는 건지 농담을 하는 건지 모를 크리스털과의 티키타카도 생기를 잃은 일상의 조그만 활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대니가 크리스털에게 도움을 받는 사이 윌도 콜먼 선생님에게 조언을 받았다. 선생님은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윌에게 사람이 아닌 인형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해보라고 했다

 

안녕하세요.” 낯설면서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대니는 신발을 빤히 쳐다보았다. 흥분감으로 온몸이 찌릿하고 피가 귀로 몰려 고동쳤다. 심호흡을 한 뒤 고개를 들었다. 앞에 아들이 서 있었다. (p196)

 

콜먼 선생님의 조언대로 윌은 대니일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할 판다인형에게 말을 건넨다. 이 장면에서 나도 대니처럼 심장이 쿵쿵대고 묘한 희열이 느껴져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비록 대니는 내가 너의 아빠라고 밝히지 못한 채 종이와 펜을 이용해 대화를 해나가지만 정체를 밝히지 않고 나눈 몇 차례의 대화를 통해 아들을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윌은 마음을 열었다가 판다인형이 곧 아빠였음을 밝히지 못한 것, 공사장에서 해고당한 뒤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대니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며 또다시 냉랭한 사이가 되었다.

정말 윌도 윌이지만 대니가 짠하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으로서 슬퍼할 겨를 없이 자식을 돌봐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며 열심히 달려왔을텐데 정작 아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아빠가 되었다. 여차저차 결국 대니와 윌은 춤을 통해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대니는 리즈의 일부분과도 같은 윌의 타고난 춤실력을 통해 리즈를 떠올리고 윌은 판다 인형 탈을 쓰고 춤을 추는 대니를 보며 아빠가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서로를 이어주던 리즈는 없지만 둘은 리즈를 추억하게 하는 춤을 통해 돈독해졌다. 두 사람은 대니가 처음 춤을 췄던 모습처럼 어딘가 어색하게 삐걱대고 각자가 느낀 고통으로 우왕좌왕하며 부딪히긴 했지만 함께 합을 맞추고 연습하면서 점차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흐뭇했고 함께 행복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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