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을 찾고 싶다면?
《느티나무에 부는 바람》
생태학에 관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한 마을의 지형을 살펴보면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알 수 있고, 그 마을의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든 그 지역의 특성을 잘 살펴볼 수 있고, 나아가 세상을 크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시각을 토대로 하여 생긴 마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점차 전 지구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내게는 황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박지숙 작가의 《느티나무에 부는 바람》은 내가 품고 있었으나,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그 기억과 의미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마을 어귀에 장대하게 자리 잡아 마을을 지켜준다는 의미의 느티나무는 우리나라의 과거 풍습,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정도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것을 과거에 그치지 않고 현재 우리의 삶으로 끌어와 각자의 삶을 좀 더 진실하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게 한다. 멋진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예준이, 고모와 함께 살고 있는 서윤이, 손녀를 돌보는 김붙들이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독자도 함께 생각하고 느끼고 성장한다.
누워서 자라는 나무의 이야기, 다양한 식물이 있어야 건강한 숲이 된다는 사실, 사는 곳이 사라지면 그곳의 이야기도 멸종된다는 것. 느티나무 아래에서 서윤이가 만났던 할아버지의 이와 같은 말씀은 생태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윤이의 고민과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기에 이른다. 박지숙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그 의미가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느티나무를 없애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자는 의견에 대해 예준이는 아주 재치어린 진심으로 다가간다. 어른들만 돈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돈을 좋아하므로 돈의 가치로 느티나무를 조사했다는 대목은 자녀를 둔 독자들의 이목을 상당히 끌지 않을까 하는 우스개 생각도 든다.
자연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자연일 뿐인 것이다. 자연 고유의 의미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느티나무에 부는 바람》은 나무와의 대화를 통해 그 의미를 마음속 깊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느티나무 아래 김붙들이 할머니의 뜨개질 교실을 계기로 느티나무는 자연스레 공동체를 대표하는 공간이 되며, 삶에 있어서 소통과 공유의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박지숙 작가의 《느티나무에 부는 바람》은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