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손길 주며 눈 맞출 때마다
《할아버지의 정원》
수북히 눈이 쌓인 겨울의 어느 날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홀로 집을 지키며 사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투영된 것일까, 겨울이 주는 평온함보다는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봄바람이 불어도, 녹색 푸르름이 짙어져도, 꽃단풍이 들어도, 이렇게 다시금 살포시 눈이 내려도 늘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본다.
봄 -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 새 학기, 새 출발, 새로운 다짐을 상징하는 계절이 할아버지에게도 찾아왔다. 텃밭에 호미 하나로 새로운 만남과 일상의 행복을 되찾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상당히 포근하고 따스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든든한 가족이 있었다. 상추, 열무, 오이, 가지 일일이 손길 주며 눈 맞출 때마다 날아오르는 햇살. 한 번이라도 더 눈을 맞추고, 한 번이라도 더 손을 내밀어 가족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상황의 발생, 시간의 흐름에 따른 마음의 변화, 새로운 상황의 전개, 그리고 그것이 주는 의미 등 《할아버지의 정원》을 통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눌 만한 소재들이 많은 것 같다. 할아버지의 모습이나 표정의 변화가 그림으로도 잘 표현되어 있어 글과 그림의 조화를 느끼며 의미를 곱씹어 본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통해 삶과 가족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잔잔한 시간 《할아버지의 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