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가면 들르게 되는 곳은?
《꽃이 된 아이》
화려하면서도 단아함을 느끼게 하는 붉은 꽃들 사이로 한 동자승이 보인다. 《꽃이 된 아이》의 그 아이일까 하는 생각에 조금 더 눈여겨 보게 된다. ‘고양이 스님 새벽이’에서부터 ‘통일을 부르는 은행나무’까지 다섯 편의 단편을 만나보게 되었다. 표지에서 느낄 수 있듯 전반적으로 불교적인 색채가 느껴진다. 여기서 말하는 불교적인 색채는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에서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수성을 말한다. 이에 《꽃이 된 아이》의 문학적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흔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 나갈 때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고양이 스님 새벽이’에서도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단어가 체통, 체면, 품위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형식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가치를 인지하고 그것을 겉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의 상황이 보잘 것 없게 느껴지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새로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까치 한 쌍, 미루나무, 창포꽃 등의 소재가 옛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노루재, 귀틀집, 표주박 등의 표현 또한 과거의 시대상을 알아볼 수 있게 한다. 실제로 ‘두타연 달항아리’에서는 항아리의 관점에서 본 병자호란의 임경업 장군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실의 관점에서 서서히 과거의 시점으로 넘어가 최종적으로 ‘통일을 부르는 은행나무’로 이어지며 이러한 흐름을 통해 작가가 전해주고자 하는 의미가 잘 느껴진다. 문학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를 함께 경험해 볼 수 있는 박상재 작가의 《꽃이 된 아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