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생일
감독: 이종언
출연진: 전도연, 설경구, 김보민, 윤찬영 등
사실 이 영화는 개봉일에 보았습니다.
세월호 침몰로 인해 사망한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저는 최근에는 전도연과 설경구의 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사실 이 영화를 거를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영화니까 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제가 영화관 한줄편에 설경구의 연기에 공감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 배우 팬 분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식의 악플을 달았더군요. 영화관 한 줄편에 댓글을 달 수 있는지 10년만에 처음 알았습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독자는 사양합니다.
저는 오늘도 역시 솔직한 감상평을 써보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종연 감독이 좀 더 걸렸습니다. 제 취향 아니거든요.
이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예술적이랄까...좀 그련 영화 취향인 것 같았습니다.
연기 잘 하는 배우인 전도연은 감정을 쏟아내는 연기를 매우 잘 하는 배우지요.
가끔 다른 연기에서는 모자라는 연기도 보여주는 배우지요 <협녀> 같은...
이병헌 연기와 비교되어서 매우 아주 많이 실망했습니다. <남과 여>에서도 그다지 특별한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제목이 <생일>이어서 그런지 뒷부분 전도연의 죽은 아들의 생일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 추억하고 기억하는 그런 모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평이 많았는데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사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보겠다고 생각하고 갔습니다.
그러나, 역시 전도연 이더군요.
평범한 가족이 아들 수호의 사망을 계기로 해체되고 다시 그 계기로 이해하는 그 과정에서 전도연은 오롯이 마치 진짜 엄마인 것처럼 냉정하고 무덤덤한 상태에서 클라이막스로 감정을 끌어올려 분노하고 소리칠 때 관객들은 무장해제 됩니다.
저 같이 단단하게 마음 먹은 관객도 전도연의 냉정했다가 정신없다가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옆에 계셨던 젊잖은 남성관객도 노부부도 다들 많이 울었습니다.
"내 아들이었다면 우리 가족이 당한 일이었다면"을 대입하니 정말 가슴이 무너지더군요.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너무나 잔인하게 물속에서 퉁퉁 불어서 고깃밥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견딜수 없을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아들 수호는 남편대신에 자기를 살뜰히 챙기던 아들이었으니까요.
정치적이나 이념적으로 해석할 사건이나 영화가 아닙니다.
아들의 죽음을 돈이나 이념적으로 희화화하는 것은 제3자들이 유가족들에게 하지말아야 할 행위지요. 역지사지를 해보면 답이 나오지요.
저는 생일모임 부분은 그렇게 가슴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남편없이 오롯이 아들의 죽음의 무게를 홀로 견디었던 전도연이 설경구를 밀어내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모두들 상처가 깊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생일모임에서야 아내와 딸의 아픔의 깊이를 이해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설경구의 연기에 공감이 어려웠습니다.
딸 예솔 역의 김보민 양의 연기도 참 좋았습니다.
역시 전도연은 연기 잘 하는 배우 맞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기억할 것은 기억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