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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사회

[도서] 불공정사회

이진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스타강사라는 게 그랬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스타강사라기 보다는 스타 교수였다. 이진우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이야기해주는 강연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부터 였다. 나는 당시 니체라는 사람도 몰랐고 차라투스트라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진우 교수의 강연은 단순히 차라투스트라를 설명해주는 것을 넘어서, 차라투스트라의 삶을 통해서, 니체가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체롭게 설명했다. 이진우 교수의 강연을 듣고 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구매했지만, 솔직히 그 책을 읽고도 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있었던 것은 오직 이 교수의 강연 뿐이었다.

니체를 전공한 이진우 교수기 이번에 이야기하는 것은 고전이 아닌 우리사회의 공정이다. 공정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화두다. 강자의 무기가 됐으며, 우리사회의 차별을 합리화 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가난한 사람들이 노력을 통해 정의로운 결과를 쟁취할 수 있는 철학적 가치가, 우리사회에서는 껍데기만 남아서 강자들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들은 모두 그저 공정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에 대한 숟가락 얹기였다. 철학자는 과연 이 공정의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불공정사회: 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가지 질문>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이 가장 극심하게 벌어지는 곳은 바로 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사람들에게 자원을 평등하고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을 정도의 물건과 일자리가 부족하면 할수록 공정성 논란은 더욱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환경미화원이나 보안 요원이 되기 위해 높은 토플 점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등 학력과 직업의 미스매치를 말하는 것조차 공정하지 않은 말이 된다. 문제는 이렇게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무한 경쟁에 초점을 맞추면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가 없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pp 182~183

 

이 책의 질문은 총 9개다. 그런다면 여기서 질문. 공정의 문제가 과연 9개밖에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공정의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정말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어떻게 보면 공정이란 말이 인플레이션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공정의 권위를 빌어서 합리화하고 또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기 위해서 공정의 담론을 활용했다. 대한민국에는 이제 5000만 개의 공정에 대한 담론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진우 교수가 공정과 관련해 질문을 한 것은 단 9개밖에 되지 않는다. 많다고 하면 많을수도 있고, 적다고 하면 적을수도 있다. 공정담론에 대한 추상도를 높였을 때, 9개는 많을 수 있고, 사례를 중심으로 공정을 분석했을 때 9개는 적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진우 교수가 여기에서 하는 9가지 질문들은 모두 우리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것들이다. 껍데기로서 혹은 단순히 무기화된 공정이 아닌, 공정담론을 중심으로 벌어지난 경쟁과 투쟁 그리고 그 배경을 중심으로, 우리사회에서 공정이 어떻게 남용되고 있는지, 공정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인지를 이진우 교수는 여기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책은 아니다. 공정의 문제로 수많은 책이 나왔지만, 그것은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다룬 사례나,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여러 공정의 문제들을 다른 것들이다. 기껏해야 다양하되, 생각의 밀도가 높은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진우 교수의 이번 책은, 공정을 철학적으로 농밀하게 다루었다. 공정의 문제를 정리 및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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