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른 아침, 나는 티지-우주에서 해진 옷을 입은 아이들과 개들이 쓰레기통 속 쓰레기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내 질문에 어떤 주민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침마다 있는 일입니다.” 다른 주민은 겨울에 마을에서 헐벗고 굶주린 주민들이 잠을 청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주민들은 모닥불 주변에 둥글게 모여 가끔씩 움직이며 몸이 굳는 것을 막는다. 허름한 구르비 안에서, 누운 사람들의 몸이 그린 둥근 원이 밤새도록 쉴 새 없이 꿈틀댄다. - 「2장 빈곤(1)」 중에서
우리는 잊곤 한다. 빈곤이란 것이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는 말이다.
우리사회에서 빈곤의 모습이른 그렇게 숨겨져 있지도 않다. 어떻게 보면 너무 대놓고 있기에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버젖히 보이는 빈곤을 그냥 지나치기에, 해당 문제는 아무런 우리 사회의 모순처럼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광화문에 있던 세종대왕이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서울역의 노숙자들도 늘 그곳에 있기에 말이다.
하지만 과연 빈곤의 문제는 그냥 그렇게 방치하면 되는 것일까? 적당히 그들이 목숨만 부지할 수 있게 점심과 저녁을 주고, 적당히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게 마스크를 나눠주거나, 뭔가 좋은 일을 했다는 증표가 필요할 때 그들을 찾아가서 약간의 말상대가 되는 것이면 될까.
어쩌면 우리사회의 노숙자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서 이미 탈진 상태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사회를 뒤집을 사람들이 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민주사회인가 싶다. 그토록 쓰러져 있는 시민들을 동료들이 보면서도 지나치는 것 말이다.
이번에 읽은 책 <카빌리의 비참>은 빈곤을 무시하고 사는 우리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의 저자 알베르 카뮈는, 카빌리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빈곤의 현실을 우리 눈앞으로 가져온다. 단순히 유명한 작가가 쓴 것이기에 빈곤의 모습이 처절한 게 아니다. 시공간적으로 현재의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분명 우리 앞에도 존재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빈곤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대한민국의 거대한 구조물들 아래에서 무시받고 천대받는 나아가 착취까지 당하고 있는 노숙인들을 고민했다. 단순히 그들을 안타깝다고 생각하기만 할 게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책은 그것을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