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주장에 대한 논문 내지는 간단한 보고서, 하다못해 연구결과는 커녕 뒷받침할 데이터 자체가 없다. 그냥 저자는 같은 말만 되풀이해서 주장하고, 주장하고, 주장하다가, 매직 아이 같은 착시 효과 여러개를 펼쳐놓고선, 그래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만 한다.
그런데, 그 착시효과에 대한 기존 심리학계에 설명은 '의식가능한 수준의 차원'에선 얼마든지 토끼를 오리로 본다든가, 오리를 토끼로 본다든가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의식 수준에서의 착각이 곧 무의식이나 자아 세계 같은 건 없다!'라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이런식이면, 반대 논리로써,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과 자아 세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토끼를 오리로, 또 오리를 토끼로 착각할지언정, 실제 생활에서 그와 같이 착각하여 실수를 저질렀다면 우리 인간이라는 종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었을 테니깐.' 라는 근거없는 똑같은 자기 주장을 나 역시 저자와 똑같이 되풀이하고 되풀이하고 질릴 때까지 되풀이할 수 있다.
결국, 저자가 정신역동 이론가들을 지적하는 그대로, 소설이나 영화 기법등을 거론하며 지적한 그대로, 저자 본인 또한 '자기만의 해석과 이야기(마치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판타지 세계관을 만들었듯)를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애시당초부터, 정신 분석과 심리 이론을 전면 부정할정도로 과격한 주장이면, 하다못해 저자 스스로가 철저한 '실험 내지는 증명'을 해내야 하는데, 그런게 일절 없다.
그렇다면, '유사과학' 내지는 '과학 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버린다.
참 안타깝다. 그리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은 대체로 '의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반응일 뿐이다. 우리가 한번에 하나씩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식 부분이라고, 이게 만일 저자의 주장대로 틀렸다고 한다면 하다못해 그 유명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토대로한 뇌 영상적(생물, 해부학적) 근거 한 조각이라도 제시를 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없다.
참, 한숨만 나온다.
애시당초부터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면 세계'라든가 '정신 세계'라는 게 도대체 뭔가? 용어 정의 부터 제대로 설정해놓지 않고선, 그냥 무턱대고 그런 세계가 없단다. 물론, 나 또한 정신역동 이론에 대해선 100% 찬성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기억은 뇌의 '저장'된다는 것. 그리고, 저장된 '기억과 감정'은 변연계로부터 특정 상황이나 자극에 따라 반응 한다는 것. 우리 뇌는 이러한 시냅스와 뉴런의 얽힘으로써 존재한다는 것. 이런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만 봐도, '내면의 세계'는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기억에 의해 사고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도록, 진화된 생물학적 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식선의 과학 지식 정도만 알아도, 저자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지 알것이다. 그런데 임상심리학자라는 저자가 과연 이것을 모를까? 아닐 거다. 그럼 도대체 저자가 이야기 하는 '내면 세계'란 무엇일까? 모르겠다. '기억'에 의해서 또, 그러한 경험에 의해서 뇌의 시냅스와 뉴런이 실제로 변화하고, 우리 인간은 그렇게 변연계에 저장된 정보를 토대로 일종의 패턴을 그리며 살아감(= 즉, 생각과 행동의 결정)이고, 이를 해석하는게 바로 심리학과 정신 분석의 역할이다.
이런 심리학이론과 정신 분석이론들이 모두 틀렸다고 한다면, 실제 트라우마라든가, 외상에 의한 또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실제적인 뇌의 변화(FMRI로 과거의 경험이 뇌를 실제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증명됨)로 인한 특정한 패턴의 확정또한 거짓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사실이다. 그럼 도대체 저자가 말하는 '내면 세계'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고작해봐야, 우리의 뇌는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하고, 꾸미는 걸 좋아한다'라는 수준의 주장은 이미 아주 아주 오래전 마이클 가자니가 박사의 이중뇌 실험에서 증명된, 이젠 너무 유명해서 감흥도 오지 않는 주장이다. 그런데 임상가라는 저자가 이 실험을 몰라서 소설이 어쩌고, 착시 효과까지 들이밀며 설명해야 했던걸까? 그래 맞다. 우리의 뇌는 뭐든,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길 좋아한다. 그래서 프로이트가 근거도 없이 오이디푸스 세계관을 만들었을런지 모른다. 그런데, 그래서 이게 어떻게 '내면 세계'가 없다는 증거가 되는가? 더욱이, 우리의 뇌가 이야기를 만든다면, 무의식적으로 만드는 그 자체가 이미 '내면의 세계다!' 또, 우리가 멋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성향이 있다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임상적, 정신의학적 결과 보고를 토대로 개인 기호가 아닌 과학적 데이터에 따라 잘 추론해나가야 한다. 라는 경각심만 더 커질 뿐이다.
이 책의 리뷰 댓글을 보니 나처럼 느낀 사람이 한 두명은 아닌 것 같다. 사람 느끼는 거 거진 다 거기서 거기라고, 참 끔찍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