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디즈니 삽화 양장본으로 보자마자 소장각을 불렀던 책이다. 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뛰어가는 토끼. 그리고 호기심에 찬 눈으로 토끼를 따라가는 앨리스. 끝이 없는 것 같은 굴속으로 빠져 내려가며 펼쳐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 키덜트와 어른이들을 위한 각종 향수를 불러오는 상품들과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보면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꿈 하나만큼은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봐온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를 너무나 좋아한다. 때문이 이책은 보자마자 나의 서재에 넣어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책이기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곤 회중시계를 들고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가는 호기심 많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라는 세계관에서 몸집이 커졌다가 작아지기도 하고 여왕을 만났다가 결국 꿈에서 깨는 내용이라는 것이었다. 제대로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앨리스가 예쁘고 이상한 나라가 귀엽게 펼쳐진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 동화를 좋아했고 심지어 영화가 나오자마자 3D로 예매를 했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되어 읽어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어릴 때부터 접하고 나서 생긴 이 동화에 대한 원래 생각이 뒤집히기도 하였고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이런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놀라기도 했다. 사실 동화의 세계관을 현실에 대입해서 바라보게 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된다.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기승전결이라곤 없는 막장 드라마가 유행하고 우후죽순 성공하면서부터, 이에 대한 반발심과 의구심이 들어 어떠한 드라마나 이야기의 흐름을 볼 때 논리를 따지거나 주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사건인지 생각해보는 의도치 않은 버릇이 생겼다. 너무나 말이 되지 않는 상황만 아니라면 이 이야기는 드라마니까, 소설이니까, 현실이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넘어가곤 하는데 이렇게 사건 전개에 이유를 찾아보는 버릇이 동화를 읽을 때도 나올지는 몰랐다.
그래서 동화책을 읽으며 대체 이게 무슨 전개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자체가 내가 너무 현실에 굳어져버린 어른임을 알려주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나 스스로 많이 놀랐다. 나도 이제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동화를 바라볼 수 없을까 약간의 씁쓸함과 절망을 맛본 뒤 그냥 술술 읽어내려가보자고 마음을 먹고 노력했다.
책 이름처럼 이 세상의 세계관은 이상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계속 펼쳐지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말이 통하는 것 같으면서도 절대 통하지 않고 맥락없이 뚝 끊겨버린 채 또 다른 인물과 대화가 시작된다. 말도 안되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보며 이를 따지려는 노력보다는 읽어내려가려는 노력을 더 많이 했다. 어쩌면 이런 동화에서 그런 앞 뒤 구조를 따져 논리적으로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자체가 웃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 어린 아이의 시각에서 이 책을 바라보며 얻는 즐거움과 호기심을 느낄 수 없어 안타까웠고 따지려는 태도를 가지지 않고 책을 읽어나가도 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편안함과 앨리스의 행동대장과 같은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흥미에 더욱 집중해 읽다보니 기분이 나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도 있었다. 내가 그래도 편안하게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는 무엇보다 이 책의 그림이었다. 갖가지 색깔들로 그려진 앨리스와 숲, 여왕과 왕, 도도새와 쥐, 오리, 새, 트럼프 카드까지 너무나 귀엽고 이상하기도 한 그들의 이야기를 잘 표현했다. 나도 한번 따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예쁜이미지였는데 역시 디즈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동화책을 어른들이 사는 이유 중 하나가 마음을 훔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표지만 봐도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 속으로 다시 들어가 동심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느끼기엔 이 책은 충분히 이상한 나라의 풍경들을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디즈니를 담고 있지 않은가. 어릴때 봤던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고, 아이들이 읽어도 좋은 충분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