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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책을 손에 들지 않아도 안나 카레리나를 읽지 않아도 이미 톨스토이의 안타 카레리나는 모르는 사이 우리에게 스며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다들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

이 문구는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 첫 문장부터 톨스토이는 전세계적으로 회자되는 문장의 힘을 보여주었는데, 이 책은 읽는 내내 필사하고 픈 명문장과 치밀한 상황 묘사 및 대화를 통해, 왜 톨스토이를 대문호라고 하는지 단박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안나 카레니나는 오빠의 불륜의 파국을 막기 위해 방문한 모스크바에서 불륜의 대상인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녀의 삶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주 뼈대로 잡고 있다. 그리고 주변 인물 관련 사항들이 상세하게 묘사되며 당시의 상황, 인간사를 광대하게 보여준다.


보통 소설들은 주인공의 서사가 주를 이루는데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 반 이상이 안나 카레니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야기며, 나는 안나 카레니나 보다는 다른 축으로 중심이 되어 있는 레빈에 빠져 책을 읽고 있었다. 포크로포스코예의 지주 레빈은 본인의 영지가 속한 농촌 지역에서 진정한 삶을 찾아가고, 농업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사랑하나 포기했던 키티와의 닿을 듯 닿지 않는 과정을 통해 '안나 케리니나'의 불륜의 사랑에 대한 지리멸렬함에 지고지순한 로맨스를 대비해 로맨스 소설의 면모도 보여준다.


로맨스에 관해서는 키티의 언니 돌리는 레빈에게 키티가 레빈을 거절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네 남자들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입장이라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가 언제나 분명하죠. 하지만 여성스럽고 처녀다운 수줍음으로 기다리는 처지인 아가씨들은, 당신 같은 남자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말만 듣고 모든 것을 믿어야 하는 아가씨들은, 자기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경우가 가끔 있고 또 그럴 수 있답니다.

청혼이 들어오면 받아들이는 식의 수동적인 사랑에 대한 절묘한 설명이기도 하고, 안나 카레니나 역시 청혼한 남편, 사랑을 갈구한 블론스키의 사랑을 받아들여 이런 상황에 도달했으며, 현재 사회의 여성 역시 많은 부분에서 동일한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죽음에 관한 레빈의 성장은 둘째 형인 니콜라이의 죽음을 대면하면서 부터인데, 그 부분에서는 죽음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대화를 안하는 것에 대해 거짓이라고 표현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 두 사람은 똑같이 니콜라이의 병,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그의 죽음을 생각했다. 이 생각이 다른 생각들을 짓눌렀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빼앗은 그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해도 거짓일 수밖에 없었다. 』

결국 진실의 대면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편함으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갈등은 아니지만 니콜라이 형은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레빈은 죽음을 준비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정리하게 된다.


『죽음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삶을 살아야 했다. 어둠이 모든 것을 뒤덮은 것 같았지만 바로 이런 어둠 때문에,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이 어둠 속에서 그를 이끌어 줄 유일한 끈이라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붙잡고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

레빈은 사랑하는 키티와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되지만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를 느끼고 내적 갈등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내용은 마무리된다.


책이 두껍다보니 한 참을 읽었는데도 책의 1/3 지점에 겨우 도달하고, 한 참을 읽어도 아직 반이고 하다보니, 진도가 나감으로 인해 느끼는 뿌듯함은 쉽게 가질 수 없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어려운 산을 정복해가고 있다는 또 다른 느낌의 만족함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나 자신의 삶, 사랑, 가족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인생에 대한 대서사가 담겨있어, 읽고 나서 한층 더 나 자신이 성장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고전에 빠져보고 싶을 때, 인생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고 싶을 때, 어딘가에 푹빠져 있고 싶을 때 읽기에 좋은 책이다. 한 번 더 읽으며 이번엔 더 세밀하게 느껴보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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