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으면서 남편 즉, 팀의 주변 사람들은 팀이 아내인 애비게일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있는 것도 아닌 아내를 만들어낸 것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팀은 1-2년도 아니고 5년이나 연구한 끝에 사이보그 애비게일을 만들어냈는데 5년이면. 어떤 감정들이 조금은 사글어들고도 남는 시간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고3 때 담임한테 빡쳤던 건 아직도 빡치는 걸로 보아 아닌 것 같기도 그래도 그냥 이런 감정만가지고 있는 것과, 행동까지 하려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아내를 다시 깨운 팀. 장난 아닌 집착남인 것 같다. 팀은 왜 그렇게까지 투자를 받아서 돈을 써가며, 시간을 써가며 아내를 만들어내려고 한 것일까?
그리고 애비게일이 다시 살아나는 것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완전한 애비게일인 것도 아니다. 애비게일의 기억은 인간 애비게일이 살아있을 때 sns나 인터넷에 남겨둔 기록을 통해서 기억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흐음... 솔직히 나는 블로그나 트위터 같은 곳에 계속 나를 기록하고 있으니 어느정도 실제의 나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기억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중요한 것은 내가 죽고나서 내 남편이 내 sns를 봤다는 것. 물론 남편 정도면 블로그나 인스타 맞팔은 가능할 거 같은데 트위터는 좀...암튼 그런 행동을 한다면 당장 귀신이 되어서 남편 목 따고 지옥으로 떨어질 것 같다. 생각해보니 애비게일 동의 없이 애비게일 되살리기 연구를 한 거 자체도 아주 실례다.
팀이 한 연구는 윤리적으로 아주 문제가 있는 연구 같다. 실용성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현대판 진시황도 아니고. 애비게일이 자신이 살아있을 때 숨겨두었던 아이패드의 비밀번호를 풀기위해 사설 업체를 찾아가는 것으로 끝이났다. 과연 그 아이패드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5년 전 애비게일과 팀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둘의 아들 대니도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마이크도 요주의 인물이다.
애비 컬런과 팀의 관계, 그리고 이들 사이에 있는 자폐증 아들 대니의 진실까지 드러나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그 반전은 가장 큰 충격으로 마무리된다. 소설은 주로 코봇 애비의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각 단락 마지막 부분에 남편 팀이 일하는 조직원들의 시점이 함께 그려진다. 제3자의 눈으로 보는 팀과 애비의 관계가 그려지며 팀의 정체와 진실을 더욱 복잡한 사슬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 복잡한 사슬은 끝날 때까지 독자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코봇이 풀어나가는 사건의 진실, 코봇이기에 할 수 있는 해결 방법, 코봇이기에 가능한 반전. 이 모든 것들이 잘 녹여낸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