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관심 없고, 여행에세이는 흥미가 없다 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해요. 왜냐하면 중년아재가 혼자 타국에서 겪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굉장한 자극제가 되더라고요!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이들과 교류하고, 온갖 고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저 나이에 혼자 떠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
평생을 일한 공기업에서 퇴직한 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는 과정이 쉽지 만은 않으셨데요. 아내의 갑상선 수술로 일정을 미뤄야했고, 코로나 팬데믹, 허리 디스크까지 말썽을 부리며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행길에 오른 작가는 무조건 떠나라고 말합니다.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아지기 전에요.
산티아고순례길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페인과 프랑스의 접경지인데요, 작가가 걸은 길이 책에 수록되어있어요.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마을에서 출발해 세상의 끝 피스테라까지 이르는 길.
산티아고순례길 중간 중간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인 '알베르게'가 있는데 작가는 본인이 이용한 모든 알베르게에 대해 간략하지만 꼭 필요한 정보들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 먹은 음식 등도 이야기합니다. ?
특히 알베르게 보르다라는 곳에서는 16명의 게스트가 함께 묵었는데 그 중 한국인은 저자 한명뿐이었다고 해요. 그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며 진땀을 뺀 사연(알베르게 보르다, 16명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다) , 은근히 인종차별을 하는 프랑스 여성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던 사연(인종차별은 그냥 넘길 수 없지!), 스페인 빨래방에서 스페인어를 하지 못해 반려동물용 세탁기에 빨래를 한 사연(반려동물 전용 빨래통에 빨래를 돌리다) 등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산티아고순례길에서는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을 경우, 숙소에서 제공하는 순례자코스 식사를 하기도 하고, 마트에서 구매한 재료들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근처 식당에서 사먹기도 하며 끼니를 해결하셨다고 해요.
중년의 저희 아버지가 서툰 솜씨로 라면을 끓이고, 계란을 삶는 장면을 상상하니 짠하기도 하고 어쩐지 웃음이 나기도 하더라고요.
아침 식사로는 빵과 오렌지주스, 카페라떼를 주로 드셨데요. 여행가면 조식에 집착하는 저로서는 별 것 아닌 음식이지만 너무 먹어보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사진으로 대신할 수 밖에요.
폰세바돈에서 폰페라다까지 약 27km의 자갈돌이 많은 내리막길을 걸으실 때는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셨다네요.
저도 오랜만에 노래를 찾아 들으며 책을 읽어보았어요. 산티아고에 가보지 않았음에도 어떤 풍경일지 머릿 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책에 삽입된 작가님이 직접 찍으신 사진들과 생동감 있는 이야기들 덕분인 것 같아요. ?
이 책을 읽으실 때는 배경음악으로 김동률의 '출발'을 적극 추천합니다!
"뭔가 깨달음이 있나요?
(Something special in your mind)?"
"개뿔! 그런 거 없어요
(What the fuck! Nothing)!"
267페이지
자기 집에서 출발해 3개월 만에 산티아고에 도착한 76세 네덜란드인에게 물었데요. 걸으면서 어떤 깨달음이 있었냐고요. 돌아온 답은 '개뿔 아무것도 없다' .
산티아고순례길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걷고 나면 인생의 큰 깨달음이 있을거라고 생각할테지만 작가는 그렇지 않았데요. 오히려 어디까지 걷고,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잘지만을 생각하다보니 머릿 속이 아주 단순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쩌면 그 깨달음은 여행이 끝난 후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지금 내가 가진 것이 가장 행복했음을 느끼는 순간에 있지 않을까요?
책 마지막에 귀국 후 공항에서 급히 찍으신 가족사진을 보며 뭉클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마치 작가님과 함께 긴 여행을 마치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요.
코로나가 풀리면서 요즘 해외여행을 가시는 분들도 많고, 계획 중인 분들도 많으실거예요. 하지만 저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당장 떠날 수 없는 분들도 계실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이 읽는다면 대리만족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았어요. 또 혼자 떠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 이 나이게 무슨 나홀로 여행이냐며 지레 포기하신 분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산티아고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들에게도 꼭 필요한 정보, 생생한 현장감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산티아고여행책으로도 당연히 추천하고요!
본 포스팅은 푸른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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