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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선 무슨 일이?


서울 어느 곳, 작은 병원.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동물을 치료하는 곳이다. 그곳에 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수의사이자 병원 원장이 한 사람이 있다. (물론 동물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작은 동물병원에선 온갖 일이 벌어진다.

자정 무렵. 개가 새끼를 낳으려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다급한 전화가 온다. 그 전화는 개가 새끼를 다 낳을 때까지 30분 간격으로 새벽 6시까지 이어진다. 그 사람은 병원 고객이 아니다. 그냥 전화번호부를 보고 전화한 사람이다.

요도결석으로 내원한 개가 있었다. 수술로 방광에서 결석을 꺼내자 수의사가 사기 치는 거 아닌가 싶어 그 찝찌름한 결석을 입으로 깨물어 보는 사람도 있다.

병원에서 책정한 치료비는 아랑곳없이 “이것만 받아요.” 하며 스스로 정한(?) 치료비만 놓고 유유히 사라지는 사람도 있다. 아주 가끔은 개가 콘돔을 먹었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전화가 오기도 하고,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 교통사고가 났다가 한밤중에 울면서 전화했기에 응급이다 싶어 병원으로 오랬더니 지금 대구라는 사람도 있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이것만이 아니다. 동물병원에서 키우는 개가 정작 주인인 수의사를 매우 싫어해, 강아지 달리기 대회에 나가서 실컷 잘 달리다 도착선에 서 있는 수의사를 보더니 그 자리에 멈춰 버려 결국 꼴등을 했다는 건 약과다. 한동네에서 오래 있다 보니 동네 거의 모든 동물들은 한두 번씩은 진료한 꼴데, 이 수의사가 밖에 나가기만 하면 온 동네 개들이 미친 듯이 짖으며 슬금슬금 피한단다. (개는 후각이 예민해서 자신을 아프게 한 사람을 기막히게 안다.) 그래서 개장수로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또 수의사의 아이들은 주로 동물 용품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고, 동물들이 사용하는 머리핀이나 고무줄을 애용해 뭇사람들의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거나 병원 스태프나 병원 단골 고객들은 개가 먹는 사료나 간식용 과자를 맛있게 먹은 후 시식 일기까지 쓴단다. 이쯤 되면 정말 희한한 수의사에 엽기적인 고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책은 이렇듯 동물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한 기록이다. 한마디로 병원 일기인데 그 일기가 참 재미있다. 필자의 입담이 만만치 않아 읽는 동안 배꼽 빠지게 웃으며 낄낄거리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간만에 제대로 웃을 수 있는 정말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 필자는 그저 웃기려고 이 책을 쓴 게 아니다. 사람들은 동물을 이뻐라 하면서 정작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모르며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동물의 병을 고치는 수의사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십여 년.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이 책 안에 담았다. 그동안 병원에 온 보호자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게 설명해 줬지만 듣는 순간 흘려버리는 좌절의 순간을 숱하게 겪은 후 웃기는 이야기를 해 주는 척하며 사실은 그 사람들이 알아야 할 정보와 지식을 살짝 발라놓는다. 

그래서 이 책에는 개가 왜 똥을 먹는지, 똥을 먹는 개를 어떻게 교정해야 하는지, 예방접종은 언제 며칠 간격으로 해야 하는지, 왜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지, 산후병의 증상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개의 이빨은 언제쯤이면 나는지, 언제 이갈이가 끝나는지, 동물들이 주로 걸리는 피부병은 무엇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개와 고양이의 임신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임신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가 가득하다. 한마디로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이 책 한 권에 다 있는 셈이다.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을 꿈꾸며…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애견 수는 580만 마리. 기르는 사람만 해도 1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경향을 감안하면 개, 고양이를 비롯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수는 훨씬 더 많은 셈이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최근 KBS <주주클럽> SBS <동물농장> MBC <와우! 동물천하>(현재는 MBC 드라마넷에서만 방송) 등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인기리에 방송하고 있으며, 애완동물 전문 케이블 방송까지 생긴 것은 아마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애완동물 문화 역시 많이 바뀌어 이제는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고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이제 (애완)동물은 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의 위치에까지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인터넷상에서 동영상이 유포되어 더욱 격렬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개똥녀’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거나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흔히 “굶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깟 동물에게 그렇게 비싼 음식을 먹이냐.”거나 “동물을 위해 그렇게 쓸 돈이 있으면 차라리 불우이웃을 돕겠다.”거나 하는 비아냥섞인 비난으로 대립각을 세운다. 집 안에서 키우는 동물을 두고 이웃들 간에 다툼도 흔하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에 이른다는 2005년인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반목이 어느 한쪽의 몰이해나 잘못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로서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가져야 할 에티켓을 강조하고,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이지 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수 없다고 설득한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반려동물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임을, 또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병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 준다.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적인 특성에서 오는 스트레스, 밤낮 없는 진료 시간, 동물병원 경영상의 어려움…. 그러나 무엇보다도 힘들고 안타깝게 만드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동물을 기르든 기르지 않든 간에) ‘동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기르던 동물이 아프다고 길거리나 병원 앞에 버리는 사람들, 전문가인 수의사보다 인터넷의 근거 없는 정보나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더 신뢰하며 동물을 임의 진료하는 사람들, 동물을 장식품이나 장난감 혹은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일부 사람들, 명백한 근거와 합리적인 판단으로 제시한 병원비를 내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

사람들은 동물의 질병이 사람의 질병에 비해 간단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동물의 질병은 사람의 그것에 비해 간단하지도 않을뿐더러 치료하는 과정 역시 쉽지 않다. 동물을 치료할 때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꼭 필요한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최대한 ‘간단히’ ‘적당히’ 치료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도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해 죽어 가는 세상에서 그까짓 동물 한 마리 아픈 걸로 웬 호들갑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생명은 누구에게나, 그 무엇이든 소중한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필자는 이 책을 통해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그들의 동물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어쩌면 싫어할지도 모르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 세상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는 것을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그가 겪은 상황을 담담하게 들려줌으로써 호소력 있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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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우리의 강아지들을 위해서...

    2005.08.29 12:03 댓글쓰기
  • 마리에띠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참, 마리에띠님도 강아지를 키우시던가요? 책은 참 재미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05.08.29 14:09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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