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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요리책이 나왔습니다. 이효연 씨의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

너무 정신이 없어 오늘에야 블로그에 그 이야기를 쓰네요.

좀 늦어서 책 소개는 이미 yes24에 올라와 있으니 이 책의 뒷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이효연 씨를 처음 만난 건 목동의 저렴한 패밀리 레스토랑.

당시 이효연 씨는, 아 자꾸 씨라고 하니까 좀 이상하네요. 그냥 하던대로 할게요.

당시 효연 언니는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기독교방송의 고도원, 이효연의.. 어쩌고로 시작하는 아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기독교방송 인터넷 홈페이지 내에서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는데,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가끔씩 올라오는 요리 이야기가 정말로 확 끌리더군요.

그래서 언니가 방송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 만났는데.. 바로 그 날부터 죽이 맞아버렸습니다.

 

알고 보니 언니는 기독교방송을 잠시 그만두고 동네에서 언니의 표현대로 '식당'을 하기도 했는데 꽤 인기가 좋았다고 하더군요.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식당을 하는 과감함에도 놀랐고, 다시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식당을 과감히 접는 결단력도 놀라웠어요.

 

그래서 호칭은 이효연 님, 이효연 선배, 효연 언니...로 점차 변했고,

언니가 원고를 쓰고, 사진을 찍고, 고치고, 다시 쓰고, 사진을 다시 찍고 하는 동안 2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 사이 언니는 홍콩에도 1년 가 있으면서 홍콩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 그야말로 인기 블로거가 됐고, 언니의 요리 이야기는 더욱 더 퍼져나갔지요.

 

곧 언니가 돌아옵니다.

언니가 홍콩에서 돌아오기 전에 책이 나와

메신저로 서로 이야기하면서

언니는 홍콩에서, 저는 서울에서 각자 술 한 잔을 같은 시간에 하기로 했지요. ㅋ

언니는 "아로마, 꼭 술 한 잔 해야 해. 안 하면 책이 안 나갈 거야.."라고 협박하기도 했어요.

많이 울었다고 해요. 잠도 못 자고.

 

참 고생해서 만든 책입니다.

생각나겠지요? 그 더운 여름에 요리 하느라 칭얼대는 아이에게 소리 빽 지르고

음식을 버리면 죄받는다고 생각하는 언니이니 식탁은 늘 그날 사진 찍은 요리로만 가득.

(사진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연속 닷새를 같은 음식을 올린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언니가 참 마음에 들었던 건,

그녀의 뛰어난 요리솜씨보다는 그녀의 요리철학이었어요.

뭐든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언니의 요리철학,

그저 건강을 위해 자식을 위해 온갖 무엇을 위해 요리를 하면

정말로 그 요리가 건강에 좋을 지, 자식에게 좋을 지 모르겠다면서요.

 

요리에 문외한이었던 언니(물론 잘 믿어지지 않지만 정말로 그랬다고 해요.)가 요리를 잘 하게 된 건 정말로 요리를 겁내지 않고 멋대로 자신의 방식대로 이렇게 저렇게도 하다 보니, 그랬다면서.

 

맞아요, 맞아요! 하고 맞장구치면서 문득 생각난 것은

나도 한 때는 요리를 매우 좋아했는데... 요리를 해서 사람들과 나누고 떠들썩하게 먹는 걸 좋아했는데 왜 그걸 몇년 째 하지 않고 있을까... 하는 고민.

곰곰 살펴보니 처음엔 재미이자 사교이자 만남이자 교류이자 놀이였던 그 놀이가

몇 번의 집들이에 초대까지 연이어 이어지면서 요리하는 재미, 나를 위한 요리가 아니라

그 사람들을 위한 요리, 맛있다고 칭찬들어야 하는 요리로 바뀌었기 때문이었어요.

 

멋대로 요리 맛나는 요리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를 위해서 요리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도시락을 싸간지 좀 됐는데 반찬 한두 가지씩 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래서 더 고마워요.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주로 약간 어려워보이는 듯한 경제책만 내다가

최근 실용서, 그것도 사진이 많이 들어간^^,를 내니까

인쇄소나 제본소에 있는 여직원들이 좋아라 하며 책을 달라고 한대요. ㅋ

 

그 사람들에게도 효연 언니의 정말 유쾌한 '멋대로' 요리 철학이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참..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효연 언니는 요리 솜씨만큼 글솜씨도 맛깔나거든요.

늘 눈으로만 요리책을 요리하는 독자라면 매우 좋으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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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tak78

    재미있는 요리책이라..기대가 되는 걸요? 아무래도 초보 주부다 보니 요기조기서 요리책같은 걸 사 모으기도 하는 데 정말 재미를 느끼는 건 별로 없거든요... 함 읽어봐야겠네요.

    2006.03.07 10:27 댓글쓰기
  • 마리에띠

    딱 제게 맞는 책이군요. 눈으로만 요리하는 아줌마.

    2006.03.07 12:36 댓글쓰기
  • sutak78님, 마리에띠 님..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적어도 요리책을 사고 좌절하지는 않으실 듯해요. ㅋ

    2006.03.08 11:4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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