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엄마 몰래 만화가게에 앉아 만화를 보신 분 있으신가요?
혹 형편이 넉넉해 어깨동무를 산 친구에게 부탁하여 어깨동무를 빌려보는데 속 모르는 엄마가 만/화/나 본다면서 어깨동무 잡지책을 던졌는데 하필이면 그게 마당의 물 웅덩이에 떨어져 어쩔 줄 몰라한 분 있으신가요?
예. 모두 제 기억입니다.
그 시절 용돈이 넉넉하거나 부모님이 덜 엄하셔서 만화가게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그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어른이 되어 내 손으로 돈을 버는 지금, 돈 주고 만화를 사곤 합니다.
책장이 모자라 남 보기엔 멀쩡한 책을 솎아내면서까지 만화책 자리를 마련하고 괜히 뿌듯해지곤 하지요.
저는 만화가 참 좋습니다.
책도 좋지만 만화도 좋습니다.
출판사 중에 만화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엄청 좋겠다고 부러워합니다. 적어도 그 회사에서 나오는 만화책은 공짜로 볼 수 있잖아요.(만화편집자의 원고를 받아보니 꼭 부러워할만한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만.)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 9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가 출간되었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스토리 구성 등 표현방식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아서 그런지 만화가 필자들의 글발 내공이 참 실합니다.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구석도 많구요. 만화가의 마감은, 만화가의 작업실 풍경은, 만화가와 편집자의 신경전은 만화를 즐기는 독자들에겐 언제나 궁금하고도 흥미로운 소재니까요.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미친 사람이 결국엔 이루기 마련이라지만, 만화가가 되려면 정말로 미쳐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의사나 간호사는 있기가 어렵지만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