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의연한 가정의 달, 오월입니다. 딱 그 오월에 맞춰서 <엄마와 두 딸의 발칙한 데이트>가 출간되었습니다.
비록 시기는 구태의연할 지 몰라도 책 내용은 결코 구태의연하지 않습니다. 매우 신선하고, 유쾌하고 발랄하고 '쿨'하면서도 끈적이지 않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책은 이미 예스24에 소개되어 있으니 살펴보시면 될 듯하고요, 저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잠깐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최 여사(최남선) _ 기름기, 조미료, 단맛, 고기라면 질색하는 ‘스님’스럽고 자연친화적인 미각의 소유자. 어쩌다 외식을 할 때면 음식 타박, 맛 타박에 사사건건 두 딸과 대립하는 바람에 딸들이 다 자란 후 외식에서 왕따를 당했다. 그러나 두 딸과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못 먹을 게 어딨어’의 정신으로 용감하게 외식 폭탄을 헤쳐 나갔으며 설거지 냄내 풀풀 나는 잔소리꾼의 옷을 벗고 귀엽고 깜찍 발랄한 모습을 드러내어 모두에게 기쁨을 주었다.
정숙영 _ 최 여사의 큰딸이자 이 책의 저자. 여행 작가로 『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을 집필하기도 했다. 한때 괜찮은 외모와 착한 몸매를 자랑했으나 워낙 미식가라 과체중과 비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어 최 여사의 잔소리 폭탄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고기라면 환장하는 탓에 외식을 할 때마다 최 여사와 결사항전을 불사했으나 데이트 이후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면서 효녀와 그녀 사이의 거리를 마라톤 거리에서 단축 마라톤 거리 정도로 좁혔다고 자부하고 있다.
정지영 _ 최 여사의 작은 딸이자 이 책의 저자인 정숙영의 동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 사운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연애 경력 없는 싱글로 국가 대표 배구 선수처럼 보이는 큰 키와 심하게 큰 얼굴 사이즈를 자랑한다. 바른말 틱틱 잘하고 무신경하며, 연탄을 조미료로 사용하거나 신발 밑창을 재료로 하지 않는 한 모든 음식은 대충 다 맛있다고 생각하는 대식가이다. 그래도 그녀와 효녀 사이의 거리는 백 미터 정도로 언니에 비하면 매우 가깝다.
사실 책 출간을 준비하며 원고를 읽는 내내 필자 정숙영 씨와 내 자신이, 정숙영 씨의 엄마 최 여사와 나의 엄마 박 보살이 겹쳐 보였습니다. 엄마는 잔소리를 하고 딸은 잔소리를 지겨워하고(때로는 화내고 삐치기까지 하고) 엄마는 조미료니 향신료 모두를 혐오하고 딸은 그런 음식을 좋아하지요. 엄마는 옷이 그 꼴이 뭐냐 하고 딸은 내 꼴이 어때서 합니다. 어쩌다 애틋한 마음이 들어, 혹은 생일이니 명절을 맞아 큰맘 먹고 좋은 선물이라도 사 드리면 엄마는 돈이 아깝다며 바꾸라고 합니다. (하기야 ‘이런 거 해 주지 말고 시집이나 가라. 그게 효도다.’라고만 안 해도 다행이지요.)
한마디로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와 딸이 팔짱 끼고 영화 보러 가는 것은 고사하고 옷 한 벌 같이 사러 가기도 힘든 모녀. 그것이 바로 이 땅 대부분의 보통 모녀 사이 아닌가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딸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오직 자신의 자리에서, 일상적인 공간에서 모녀는 자주 삐걱거립니다. 아니, 어쩌면 엄마가 더 젊었을 때 삐걱거렸기 때문에 지금도 그러리라 지레 포기하고 엄마와 일상 아닌 다른 것을 나누지 않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필자인 정숙영 씨 또한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패를 각오하고 엄마와 바깥에서 만났고, 어쩌다 보니 정기적으로 엄마와 데이트를 하기로 한 거죠. 물론 엄마도 딸도 한 번에 변하지 않아 데이트는 늘 티격태격이고, 가끔 엄마의 잔소리 폭탄에 딸의 투덜거림도 출몰하기도 했어요. 드라마에서처럼 “어머, 정말 멋지구나” 하는 반응은 당연히 없었고 그저 엄마 최고의 반응이라야 “괜찮네” 정도.
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 있나요. 무조건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음식,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엄마의 입맛보다는 자신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러 가는 ‘발칙함’을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엄마와 두 딸은 그렇게 한 발, 한 발 서로의 거리를 좁혀 갔고, 그런 과정이 너무나 유쾌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어, 이 책은 읽는 동안 즐겁고 읽은 후엔 묘하게 잔잔한 여운이 남아요. 엄마와 두 딸이,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연애하는 것처럼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고 깊이 사랑하게 되는 그 모습이 과거형 신파 ‘효도’보다는 훨씬 산뜻하고 그러면서도 충분히 따뜻하지요.
한마디로 이 책은 신세대 젊은 친구들의 21세기 부모님 전상서, 혹은 21세기 쿨한 효도의 전형을 보여 줍니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은 물론 20대 이상의, 딸이지만^^ 그녀들의 엄마들 또한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딸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방식 말고 딸이 엄마는 사랑하는 방식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고, 딸들도 정말로 엄마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으이구, 이런 거 하지 말고 결혼이나 해.”라는 말 대신 지금은 그저 정숙영 씨의 엄마 최 여사처럼 “그냥 놀자.”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가 담당한 책을 엄마에게 드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엄마에게 이 책을 드리려고 합니다. 어버이날 선물과 함께요. 나도 여기 이 엄마와 두 딸처럼 엄마와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면서요.
아, 아직 이벤트 페이지가 안 걸린 것 같긴 한데...
한정 사은품으로 엄마와 딸이 함께 쓸 수 있는 꽤 좋은 코엔자임 Q10 팩도 4장이나 있고요, 추첨을 통해 엄마와의 데이트 비용을 쏘기도 합니다!
자, 진부하지만 어버이날입니다. 이 책 읽고 산뜻한 효도, 혹은 산뜻한 만남 한 번 계획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읽는 재미는 기본적으로 보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