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전문가에게만 맡겨두기엔 너무 중요하다
나를 위한 경제학, 우리를 위한 경제학을 시작하자!
장하준에게 직접 듣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 두 번째
경제학은 경제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고 알아야 하는 것이다, 라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삶에서 경제가 전부는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하므로 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선출한 대표나 주요 기업의 경영자에게 이런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이다,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민주사회이고, 이렇게 하려면 보통 사람들이 경제학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제학이 하는 역할이 중세 유럽 봉건제하에서 가톨릭 교회가 하던 역할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지식을 일부 계층에서 독점하는 것이죠.
교황청에서 성경은 라틴어로 읽어야 하고, 그 교리 해석도 교황청에서만 할 수 있다는 거였죠.
그때 교회 개혁론자 루터나 칼뱅의 중요한 주장 중 하나가 영어든 독어든 성경을 보통 사람의 언어로 번역해서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개신교 내에서도 누가 성경을 읽고 해석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읽는 건 맞지만 여자나 애들은 읽을 필요는 없다, 아버지나 오빠가 해석해 주는데 왜 여자나 아이들이 읽느냐는 식으로, 지식에 대한 방어막을 치곤 했죠.
많은 분들이 경제학 전문 용어도 많고 복잡하고 수학도 많이 쓰니 이해하기도 힘들다, 경제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또 경제학자들도 경제학은 어려우니 이해 못하겠으면 우리 하는 걸 그냥 믿어라, 이런 식이잖아요.
경제 문제를 전문가에게 맡겨두면 된다? 그럼 민주주의는 무엇 하러 합니까?
경제는 경제학자들이, 정치는 정치학자나 정치가들이 다 알아서 하고, 모든 문제를 전문가에게 맡겨두면 되는 거죠. 그러면 시민은요?
일반 시민들의 경제학자들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가 와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쓴 겁니다.
물론 제 동업자(경제학자)들에겐 굉장히 듣기 싫은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무력화되는 겁니다.
경제가 최고는 아니지만 경제는 우리 생활 곳곳에 전반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시민들이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전문가들이 하는 말만 그대로 믿고 따르면 사용당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