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재정, 무조건 좋을까?
장하준에게 직접 듣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8
균형재정이라는 게 많은 경제학자들도 그렇고 일반 사람들도 그렇고 좋은 것이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경제학계에서는 옛날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집안에 좋은 정책이면 왕국에도 좋은 정책이다’ 라고 하면서 – 가계의 입장에서 너무 빚을 지는 건 안 되니까 자기 형편에 맞춰 살자는 것을 정부에도 적용한 것인데요, 사실 이 말은 가계에도 맞는 얘기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정부 부채가 많다고 해서 걱정하지만 그 부채라는 건 뭔가 다른 걸 하려고 빌린 돈이기 때문에 빌린 목적이 무엇이고 어떻게 쓰냐에 따라 빌린 돈이 정당화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학자금 융자 같은 걸 받아서 빚지면 누가 와서 뭐라고 합니까? 너 왜 균형재정 안 하냐? 돈 하나도 못 버는 열여덟 열아홉살 짜리가 무슨 대학은 대학이야? 빚내지 말고 열심히 가서 구두닦이라도 해서 돈 벌어서 대학 가라, 이런 얘기 안 하잖아요.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후진국 같은 경우는 빨리 돈을 빌려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이나 교육에 투자해서 그 나라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면 그 빚은 잘 얻은 빚입니다.
첫째 빚이라는 게 나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빚을 왜 졌으며, 어디에 쓰는가에 초점을 맞춰야지 빚을 졌다는 사실 그 자체만 가지고 나쁘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균형재정 옹호하시는 분들, 본인의 아들도 직접 돈 벌어서 대학가라고 해야 합니다. 그거 아니거든요.
한 발 더 나아가서 정부의 경우는 자신만 보고 투자해서 우리나라 경제생산성이 향상되는 것만 볼 수도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거시경제의 변동이 있기 때문에 경제가 과열될 때는 세금을 걷은 것보다 덜 써서 열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해야 될 때가 있고 최근 금융위기가 났을 때처럼 경기가 위축되어 기업은 투자 안 하고 개인은 소비를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정부가 나서서 돈을 쓰면서 수요를 진작시키면 기업은 아, 저기다 팔 수 있겠구나 하고 투자를 시작하고 소비자들도 그런 과정에서 정부의 적자재정을 통해 고용을 확대한다거나 하면 돈이 생기니까 소비가 회복되어 경기가 나아질 수도 있거든요. 단기적으로도 정부는 흑자재정 적자재정을 통해 경기 변동의 폭을 줄이고 경기를 안정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