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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되는 시간

[도서] 과학자가 되는 시간

템플 그랜딘,이민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템플 그랜딘은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전에 자폐인 관련 서적 어디선가 아스퍼거 증후군의 대표적인 인물로 소개된 구절을 보고, 그 이후에 그에 대한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뉴스와 예고편을 봤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이후에 종종 자폐인과 관련된 영상, 인터뷰에 종종 그녀는 등장했고, 자폐인의 희망처럼 비칠 때도 있었다.

 


최근의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라는 책에서도 그녀는 다시 한번 내 삶에 등장했다. 나는 자폐인들이 겪고 있는 감각적 괴로움에 대해 책에 나온 지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비자폐인에게는 조금 거슬리고 말 특정 소음이나 접촉이 왜 자폐인에게는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야기하는지 상상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가 보는 세상은 비자폐인들이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들만이 감각하는 세상이 있을 것이고, 특히나 과학자의 눈으로 보는 자연은 뭔가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다.

 


사실 이 책은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책이라 쉽고, 무척이나 친절하다. 표지는 말할 것도 없고, 차례마저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자연과학에 크게 관심이 없어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각 주제마다 자연관찰을 통해 과학자에 준하거나 과학자가 된 사람들을 소개한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과학자처럼 주변의 동식물, 환경, 우주를 주의 깊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잊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자연은 우리와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자연과 멀어지는 것은 우리 자신과 멀어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골즈워디는 예술을 이용해 자연과 우리를 다시 연결하려고 노력합니다. 46p』

 

 

어린 시절부터 도시에서 살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고층 건물이 많지 않은 그 시절에 흙이나 모래 놀이를 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태풍이 오기 전에 잠자리 떼나, 봄에 보는 배추흰나비, 우연히 발견한 네잎클로버, 하굣길 어딘가에서 나타났다는 뱀, 뒷산에서 느꼈던 계절의 변화와 물소리는 어른이 돼서는 체험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위생과 관리의 측면에서 흙이나 모래로 된 놀이터와 운동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거리는 온통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있다. 예전에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는데, 어느 순간 자연과 인간은 분리되어버렸다. 자연적인 것을 찾기 위해 오히려 돈을 써서 입장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연의 시점에서 무엇인가를 보는 일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동식물이 자라고 살아가는 모습을 충분히 관찰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갖지 못한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인간 위주의 관점에서만 이해된다.


 

『사람에게 미끄럼틀은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미끄럼틀입니다. 이것은 사람이 언어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우리는 미끄럼틀이 뭔지 알고 여러 종류를 상상할 수 있죠. 하지만 말은 그림으로 생각합니다. 새로운 미끄럼틀을 보거나 다른 각도로 놓인 미끄럼틀을 보면 낯선 물체로 받아들이죠. 언어 기반 사고에서 벗어나서 생각하면 동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183p』

 

 

동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도시인들이 있을까? 그나마 흔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을 제외하고 동물들과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고 살아가는지 알 수 있을까?

 

 

우리는 도축되어 깔끔하게 포장된 동물의 일부를 마트에서 보는 것이 더 익숙하다.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것들도 한때 생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저는 자폐증 때문에 시끄러운 소리, 다른 사람의 손길, 까끌까끌한 옷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했어요. 갑자기 큰 소리가 나거나 빳빳한 새 옷을 입으면 까무러쳤죠. 그래서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 저는 동물들이 겪는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동물들이 저와 비슷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어요. 163-164p』

 

 

그런 면에서 템플 그랜딘의 자폐 증후군은 동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예민하게 감각하고 반응하는 그의 신경 체계로 유발된 행동이 동물이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유사하다고 느꼈다. 그의 세밀한 관찰과 하나의 관심 있는 자극에 대한 끈질긴 집중력은 자신을 이해하고, 동물을 이해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우리의 인간성을 보여줍니다. 새끼 침팬지 한 마리를 어미 침팬지에게 돌려주는 일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모두가 본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에서 동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우리는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합니다. 189p』

 

 

그만이 볼 수 있는 시각에서 지구에서의 인간 종의 도리를 이야기한다. 흔하게 보이는 돌 하나, 나무, 잎, 곤충과 동물 모두 그들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관찰하고 알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지구에서 공존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위대한 자연학자 로저 토리 피터슨은 많은 사람에게 자연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을 접하는 순간이 신기함과 재미로 가득 차길 바랍니다. 196p』

 

 

자연을 접할수록 우리는 그 안에 살아가는 수많은 종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다. 관찰을 통해 그것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애정을 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 이후로 작은 풀꽃, 떨어지는 낙엽, 잘 익은 과실의 신비로움을 많이 잊은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다가 기후 변화라는 큰 위기가 닥치자 어릴 적 그 기억들을 하나둘씩 소환해 본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느긋한 자세로 자연을 살펴보는 그 행위가 갖는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본 글은 창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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