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자가격리 기간 동안 병에 가까울 정도로 위생에 집착했다. 비말에 의한 감염, 접촉에 의한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소독하고, 일회용 제품들을 끝도 없이 소비했다. 불신이 넘치는 사회에서 우리를 지키는 주요한 방법은 안전하지 않아 보이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감염의 위험이 덜한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었다.
어쨌든 잘 분류가 되어 버려진 쓰레기들은 잘은 모르지만 어디선가 재활용이 되고 있을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 쓰레기는 내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민간 업체에서 비닐 쓰레기는 돈이 되지 않으니 수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타국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에 동네마다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바이러스에 매몰되어 나만, 가족만 들여다보는 동안 지구 환경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종이 쓰레기에 뒤덮여서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횟수가 증가하고, 온라인 장 보기가 증가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무시무시하게 늘어났다.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 줄에 발이 묶인 새들이 뉴스에 등장했다.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맥시멀 리스트로서의 지난 몇 년간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집에 머무는 시간은 많았고, 뭔가를 되돌아보기엔 이것만큼 최적인 시기가 없었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환경 관련 뉴스, 사진, 글들이 맥락 없이 쏟아졌다. 지구 위의 삶은 이미 혼란한데, 환경과 관련된 수많은 이슈들은 그 중요성에 비해 저평가 되거나 부정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환경에 대한 책 읽기를 시작했다. 뭐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만 했다. 제대로 아는 것이 없으니 관련 주제에 관한 책들이 다 새로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처음에 읽었던 책은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철저하게 지키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다. 물론 그만큼 특별하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알려지고 출간되었겠지만, 나는 그런 삶을 살수 있을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다.
환경과 관련된 루틴을 인증하는 다양한 챌린지를 실천하면서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했다. 그 와중에 MKYU 환경 인플루언서 과정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도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종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종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플래닛 B는 없다'라는 그 여정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150가지 질문과 대답들이 어렵지 않게 제시되어 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수많은 의문들에 대해 양면을 이야기한다. 환경을 생각하지만, 어떤 행동을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는다. 아마 저자도 알 것이다. 극단적이고 엄격한 환경 실천은 그 지속력이 떨어지고, 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특히 나는 여행 이동 수단에 관한 챕터가 좋았다. 특히 비행기가 이동 거리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탄소 발자국이 많이 남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알고, 비행기 타기가 꺼림칙해졌기 때문이다. 가까운 제주도라도 갔다 오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들지만, 죄책감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만 비행기를 타되,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알아야 된다는 작가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 지속 가능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나?에 대한 질문과 답을 한다. 소비 위주의 삶을 지난 몇십 년간 살아온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고의 전환이 아닐까? 덜 쓰는 삶, 조금 불편하지만 지속 가능한 삶, 덜 소유하는 삶의 방식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플랜 B가 없는 지구에서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씌여진 150가지의 문답은 우리가 흔히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질문에 관한 것들이다. 읽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제일 먼저 알기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서 궁금했던 질문에 관한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도 추천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아직 발굴하지 못한 질문,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열려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그만큼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같이 답을 찾으려는 그의 열정은 꽤나 든든하다.
쓰레기 우울증에 지지 않을 것이다. 우울한 미래에 대해 속단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볼 것이다. 텀블러 쓰기, 손수건 사용하기, 환경과 관련된 피드를 정기적으로 올리기, 과대 포장 물품 거부하기, 못생긴 과일과 채소 구매하기, 필요 없는 물건 사지 않기, 구매 시 중고제품 구매하기 등등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할 일은 참 많다. 이런 작은 실천들이 미래의 우리를 구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길 바란다.
* 본 글은 퓨처스쿨, 퓨처리뷰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지원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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