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시간은 1초씩, 1분씩 흐르지 않는다. 아니, 밤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흐르는 것은 낮의 시간이다. 밤의 시간은 웅덩이처럼 고인다, 이슬처럼 맺힌다, 안개처럼 퍼진다.
중요한 물건을 잊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서둘러 되돌아가기도 하고, 해안가 파도타기를 하는 서퍼를 노리듯 불쑥 솟아오르기도 한다.
나는 밤의 시간 안에 있다. 이삿짐 박스처럼 가득 채우는 시간,
영수증처럼 무심히 구겨지는 시간, 빈 시소처럼 갑자기 기울어지는 시간, 낮 동안 흐른 시간을 잼처럼 저어 묵처럼 굳히는 시간, 밤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