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들은 마루에 누워 만화를 보며 밍기적거리고 있고,
난 입으로 빨리 옷입으라 외치면서 이 책이 궁금해 들춰보던 아침.
빨리 읽고싶어 안달나던 것도,
하루 이틀만에 책 한권을 후딱 읽은 것도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아이들의 땀 내음과 하얗게 자라나는 손톱과 낮잠 후의 칭얼거림과 작은 신발들.
그 시간들은 모두 어떻게 기억될까?
기억하면 그 일상들을 온전히 간직할 수 있는 것일까?
-본문 중에서
이 가족소설이라는 이름의 육아, 결혼, 인생 에세이가 특별한 것은
웃픈 이야기들 속에 찡함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명절 후 고생한 딸과 사위쉬라고하고 두 손자녀석들 자전거 밀어주느라 땀범벅이 된 친정아빠가
실은 어깨가 아파 일을 쉬고 계셨던 중이라는 사실이 찡하고,
세아이 키우는 빠듯한 살림에서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나이들어 첼로 연주하고 싶다고 한것을 새겨듣고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첼로를 사들고 온 아내가 찡하고,
직장다니며 소설을 써도 대출금에 부모님 병원비대는게 턱없이 부족해 원하지 않는 글을 쓰는 남편이 찡하고,
가족사진찍는 날 자기 혼자 사진 한번 더 찍을 수 없냐며
자식들 편하라고 본인 영정사진을 기어코 찍는 (그와중에 본인 영정사진은 그냥 보너스로 해달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아버님이 찡하고,
첫째 형과 막내 여자동생 사이에서
말없이 그림만 그리는 둘째가 찡하고,
그 와중에 둘째가 미술을 전공하고 싶다고하면 어쩌나 걱정할 수 밖에 없는
보통의 평범한 아내와 남편이 찡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웃기고 찡한 이야기를 30년은 더 들을 수 있었는데
2014년 4월 이후,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많은 아비와 어미가 자식을 잃고 슬퍼하고 있을 때,
차마 내가 내 새끼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길 수 없어 이기호 작가의 연재가 끊길 수 밖에 없었던
사실같지 않은 사실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