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코로나가 없어질 생각을 안 하네. 원래 크리스마스에는 밖에 나가서 놀다가 저녁 때 엄마, 아빠 드실 롤케이크나 치킨 사들고 집에 돌아오곤 했는데... 그래도 나야 뭐 워낙 집순이여서 나름 잘 버티고 있는데 활동적인 엄마는 정말 답답해 하신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렇다 쳐도 애들은 얼마나 친구들이랑 뛰어놀고 싶을까.
조카 녀석들한테는 크리스마스에 뭐 갖고 싶냐니까 다들 음. 어. 잘 모르겠는데요. 아핰핰학학학하, 정말 너무들 해. 콕 집어서 말을 하라구!!!!! 뭐, 먹고 싶은 거나 갖고 싶은 게 있을 거 아니야. 난 '아무거나요'가 제일 싫어. 음... 정 그렇담, 돈이 최고얌. 내 맘대로 결론 내렸어. 움하하하하, 혼자 만족해하면서 계좌로 용돈 보냈다. 뭐 쫌 성의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이건 순전히 너네들이 시원시원하게 답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야ㅎㅎ
23일 밤 11시 넘어서 둘째 조카 녀석한테 톡이 들어와서 와우, 크리스마스 인사인가 보다 역쒸~했더니, 영어 문제 푸는데 모르겠다고 가르쳐 달래. 아핰핰학학하하하, 그래 공부가 더 중요하지 그깟 클쓰마스가 뭐 대수겠어. 와,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기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너무 치열하게 열심히들 살아간다. 그런 열정 넘치는 삶 멋지긴 한데 가끔은 쫌 서글프다. 큰조카한테 물어보면 금세 해결되는데 얘는 너무 바빠서 연락이 잘 안되니까 나한테ㅠㅜ 결국 둘이 머리 맞대고 영어 문법 문제 풀었다. 와, 근데 요즘 영어 문장 왜 이렇게 길고 어려워ㅠㅜ 빨리빨리 태어나서 얼렁 공부하고 어른이 되길 잘한 것 같다.
어제는 엄마, 아빠 좋아하시는 꿔바로우랑 새우 튀겨 드리고 샐러드도 만들어 드렸다. 내가 좋아하는 만두도 튀기고. 식재료들은 이마트몰 쓱배송으로 시켰는데 크리스마스, 연말이라 배송이 새벽 6시부터였다. 아니 그럼 도대체 사람들은 언제 잠 자고 또 출근은 도대체 몇 시에 하는 걸까ㅠㅜ 세상에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저녁에는 조카 녀석들한테 크리스마스 톡 보내고 톡 받고 기프티콘 나눠줄 사람들한테도 나눠주고 날짜 급한 것들도 정리했다. 스마트폰 갤러리도 한 가득인데 이것도 올해가 가기 전에 좀 삭제해야지 많아도 너무 많아서 뭐가 담겨져 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오늘은 엄마께서 운동 다녀오신다고 나가셨는데 왕복 1시간 넘는 전통 시장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근데 전통 시장은 크리스마스 휴일에도 문을 여나보다. 아, 여기도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로 가득하다. 뭐 <다큐멘터리 3일>을 보는 느낌이랄까. 점심 때 먹을 샌드위치 만들고 있었는데 엄마께서 전통시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밀떡볶이 사가지고 오셔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하셨다ㅎㅎ yeah!!!!! 선물이니까 떡볶이는 엄마가 해주세욤ㅎㅎ
낭만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두 해 보내고 있다. 이건 뭐 아무리 생각해도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에서 생존에 관계된 최하위 단계의 욕구만 간신히 충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안전의 욕구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니 뭐... 아, 정말 거짓말처럼 코로나가 사라진다면 그 날이 정말 온다면 난 온 거리를 마구 휩쓸고 돌아다닐 거다. 미.친.듯.이.
이렇게 올해 크리스마스도 가고 있고 칼로리 높은 거 다 챙겨 먹었으니 저녁에는 집중해서 아직 다 못 읽은 책 마저 읽고 팝콘 먹으면서 영화 봐야겠다. 아, 정말 책 좀 얼렁 읽고 리뷰를 쫌 쓰자구!!!!! 올해가 다 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