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는 누구나 꿈꾸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가리킨다. 이 말은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에 등장하는 이상향에서 유래하였다. 소설 속 ‘샹그릴라’와 같은 곳은 정말로 존재할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 곳은 과연 어디일까.
에릭 와이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아 여행길에 나선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의 지도> 이 책은 지상에 존재할지도 모를 그 ‘샹그릴라’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에릭 와이너의 여행은 네덜란드에 있는 ‘세계행복데이터베이스’를 방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으로 알려진 몇몇 나라와 이와는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몇몇 나라들을 여행한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 그들의 삶의 방식, 가치관, 행복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책에 등장하는 나라들 중 네덜란드, 스위스,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들에 속한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무슨 일에든 관용을 베푼다. 그리고 스위스 사람들은 깨끗한 환경 속에서 시기심을 경계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나라는 바로 아이슬란드인데, 아이슬란드에서는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으며 그 실패를 통해 더 성장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은 나라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나라가 바로 몰도바이다. 몰도바 사람들은 가난에 절망하고 돈에 굶주린다. 남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고 여자들은 심한 경우 매춘부가 되거나 콩팥을 팔기도 한다. 그런데 몰도바보다 더 가난한 데도 나이지리아나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는 몰도바인들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몰도바인들이 느끼는 불행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무력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다면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행복의 격차, 그 수수께끼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행복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돈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예전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고 가난한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나라와 부탄 사람들이 오히려 더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가난이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행복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와이너는 이 여행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무슨 이유로 행복을 느끼는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은 어디인지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그 여정을 통해 많은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이루며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삶과 생각을 통해 행복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책에서 작가가 고민을 했던 것처럼 나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이야말로 인간의 최고선이자 삶에서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가치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어디에도 없는 곳이지만 어딘가에는 있을 듯한 이상 세계, 유토피아. 중요한 것은 그 ‘샹그릴라’가 그려진 행복의 지도를 만드는 일이 바로 우리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