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기대보다 많이 못 미친다.
글이나 작가의 생각이야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번역과 편집이 특히 더 아쉽다.
기본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다.
하면 그 글이 작성된 시기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고, 언급되는 디자인 요소들(특히 시각적인)이 충분히 상상되어야 한다.
헌데, 온통 삽화 뿐이다. 그것도 다소 추상적인.
과연 그 삽화와 글만 읽고 모든 요소들을 상상하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다 될까?
게다가 한 두 꼭지도 아니고 책 전체를.
그런 면에서 편집의 묘미를 잘 못 살리지 않았나 싶다.
주 일러스트야 그렇더라도 글 속의 핵심 요소들은 사진들을 넣었어야 하지 않나?
분명 그럴 수 있는 공간은 보이는데 말이다.
그리고.. 번역.
외래어를 일본식으로 그냥 번역해 적은 곳이 너무 많다.
이해하지 않고, 아니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기계적으로만 번역한 티가 너무 난다.
책을 덮은 다음, 내가 이 책에서 뭘 얻고자 했을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시발점이나 촉매 요소를 찾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다른 분야 종사자가 세상의 사물을 색달리 보는 방식을 간접적으로 들어보고자 했다.
하지만 남는 건 편집과 번역의 아쉬움 뿐. 솔직히 익히 알고 있던 것들도 많았고, 너무 개인적인 친분에서 오는 자랑질(?)로 밖에 보이지 않는 글들도 꽤 된다.
디자인 계통에서 저자를 좀 아는 사람이거나, 관련 분야 공부를 위해 잡다한 지식을 흡수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전통 브랜드 자체를 '꽃병'으로, 디자이너를 '꽃'으로 비유한 것은, 내가 항상 해왔던 말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꽃(디자이너)'을 수시로 바꿔 꽂아가며 '꽃병(브랜드)'를 장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새로움을 추구하며 살아남는 전통 브랜드의 수법인 것이다. (p.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