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작인 줄 알았더니 되게 오래된 소설이다.
기술적인 것들만 보면 마치 2000년도 중반에 80년대 영화인 블레이드 러너를 보던 느낌이랄까.
그래도 작가의 저력(?)은 여실히 느껴진다. 추리보다는 서스펜스에 가까운 느낌이지만.
독특한 발상과 깔끔한 전개,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엮어 내는 기발한 장치들까지.
다만, 이번 소설에서는 거의 모든 면(상황, 인물들의 묘사)에서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특이하다. 초반 아이 엄마 묘사하는 부분 정도가 전부랄까?
어마어마한 소재의 소설인데도 감정적인 동요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었을까?
작가가 던지는 질문? 고민거리가 상대적으로 돋보이기 위한 장치로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아님 그냥 작가의 냉소적이거나 냉정한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건 아닐까 생각도 들고.
다소 맥빠지는 결말과, 띠지의 오버하는 광고 문구는 옥의 티로 꼽고 싶다.
"세상에는 없으면 곤란하지만 똑바로 바라보기는 싫은 게 있어. 원전도 결국 그런 것들 중 하나야." p.565
덧.
'죄와 벌'의 '벌'인 줄 알았는데, '현철과 벌떼들'의 '벌'이라는 걸 알고 허탈했음.황당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