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소개
얼터네이트
얼터네이트는 고등학생들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매칭, 소통 플랫폼입니다. 고등학생만 등록, 사용할 수 있기에 학교, 나이, 이름을 모두 앱에 공개해야 합니다. 이런 점때문에 얼터네이터 런칭 초창기에는 학생들 사이에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죠. 괜히 자기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 혹시 모를 트러블이나 위험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앱을 사용하던 소수의 유저들이 '괜찮은 사람을 만났다'라는 소문으로 점점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얼터네이트는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고 '플로우'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플로우를 받은 상대방이 승인을 하면 서로 커넉트되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진 매치'라는 시스템으로 나와 가장 유전적으로 적합한 사람을 제공합니다. 구동방식은 자발적으로 유전자 검사에 동의한 사람들의 유전자를 분석, 유전자 그룹을 형성, 얼터네이트에 등록된 각 개인과 개인 간에 적합도를 퍼센트지로 보여줍니다.
엔메이 학원 고등학교에서는 '다이키&란란'이 앱상에서 화재를 일으켰죠. 특히, 또래 여학생들의 관심과 호응으로 동성 커플은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었죠. 얼터네이터에 올라온 다이키&란란의 이별이 큰 화제가 될 정도로 이들의 유명세가 상당했습니다. 이들 여러 인플루언서 덕분에 얼터네이트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면 반드시 다운로드해야 하는 인기 앱이 되었습니다.
자신감 없어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요?
길을 헤매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달리 길이 없을 뿐이에요.
니미 이루루
엔메이 학원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여학생입니다. 그녀는 요리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죠. 이루루는 요리 동아리 선배 미오와 엘터네이터에서 주관하는 '원포션' 요리 대회에 나간 경력도 있습니다. 그때는 미우 선배를 보조해서 요리 대회에 나갔지만 올해는 자신의 요리를 직접 선보일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요리에 확신이 없었습니다. 남에게 내놓기에는 초라하고 수수하고 조촐하다고만 여겼죠.
아버지로부터 '요리사는 되지 마'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 특히 작년에 선배 서포터로 나갔던 '원포션'에서 심사위원에게 요리에 진심이 안 느껴진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 이루루의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루루는 다른 친구들은 다하는 얼터네이트를 다운로드하지 않았어요. 자신을 내 보이기 싫었기 때문에.
이루루는 다가오는 원포션이 내심 부담스러웠지만 남에게 혹평을 들은 체 도망치기는 싫었습니다. 뭔가 분한 마음도 들고. 그래서 그녀는 동아리 후배 중에 색다른 레시피를 제출한 후배 에미쿠와 한 팀으로 요리 대회를 준비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농구팀에 도시락을 전달해 주러 갔던 길에 작년 '원포션'에서 우승한 에이지를 만나게 됩니다.
반 나즈
나즈는 1학년으로 얼터네이터를 누구보다 신봉했습니다. 그녀는 얼터네이터에서 화재가 되는 모든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옆 반 친구들마저 나즈에게 얼터네이터 사용법을 물어볼 정도로 그녀는 앱 사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즈는 얼터네이트에서 커넥트 한 친구들은 많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죠. 그녀는 단순히 커넥트 됐다고 해서 만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죠. 자신의 판단이 아닌 얼터네이터의 주선으로 만나기는 싫었습니다.
얼터네이터는 평범하게 사용하기만 해서는 궁합을 거기까지 판단하지 못해.
즉,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상대를 찾으려면 자신이라는 인간을 얼터네이트에 가르쳐줘야 해.
나즈는 얼터네이트를 좀 더 키워서, 얼터내이터가 성장해서 언젠가 매칭 가능성이 80% 이상인 사람을 찾게 되면 그때 사람을 만나볼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얼터네이트의 업데이트 소식과 다이키&란란 커플의 이별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나즈는 진매칭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면서 다이키의 이별 영상을 씁쓸한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힘든 일을 겪어도 내면 성장이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신의 슬픔을 억지로 긍정하는 다이키의 모습에 허탈한 한숨만 쉬었죠. 합리적이면서 관계 지속을 지향하는 나즈에겐 이해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죠.
나즈는 새로 도입된 진매칭에서 백분율로 수치화된 적합도가 92.3%인 상대를 발견했어요. 지금까지 아무리 상성이 잘 맞아도 60퍼센트였는데. 그리고 70퍼센트 이상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어안이 벙벙했죠. 나즈는 반드시 플로우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고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과연 그녀와 매칭비율이 가장 높은 상대는 나즈의 이상형에 가까울까요?
다라오카 나오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학교를 자퇴하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 적 전학 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사카에서 엔메이학원이 있는 신주쿠로 찾아옵니다. 야간 버스를 꼬박 여덟 시간을 타고. 나오시는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신주쿠를 헤매다가 겨우 친구 유타카가 다니는 엔메이학원에 숨어듭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해 학교 성당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몸을 웅웅거리게 하는 겹겹이 포개진 웅장한 소리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걸었습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더욱 소리가 두툼해졌죠. 성당 안쪽 단상에서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는 소리였습니다. 부드럽게 안아주는 음색과 기분 좋은 진동에 나오시의 온몸이 떨렸죠. 작은 여학생이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움직여 웅장한 소리를 내는 게 놀라웠죠. 그는 몰래 학교에 숨어들었다는 것도 잊은 채 한동안 그곳에서 정신을 놓고 오르간을 연주하는 그녀만 보고 있었습니다.

나오시는 학교까지 숨어들어서 만나고 싶었던 친구 유타카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자신보다 한 뼘은 더 큰 친구에게 요즘도 기타를 치는 물어봤죠. 나오시가 친구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함께 밴드를 하고 싶어서였죠. 어릴 적 자신은 드럼, 유타카는 기타를 초등학교 때 함께 연습했었습니다. 유타카가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가게 되자 언젠가 함께 다시 하자고 약속을 했었죠.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유타카는 이젠 기타는 연주하지 않고, 아버지를 이어서 의사가 되기로 했죠.
나오시는 칭얼거리는 어린애처럼 왜 기타를 연주하지 않냐고 다그쳤지만 친구의 마음은 이미 굳어버렸죠. 기타 따윈 싫어하기로. 사실 나오시는 고등학교 자퇴를 하고 밴드를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나름 꾸준히 드럼 연습도 했고, 어릴 적 기타에 재능이 있던 친구가 여전히 기타에 진심일 거라. 자신과의 약속을 염두에 두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의 믿음은 친구에게 보답받지 못했습니다.
지은이와 옮긴이
지은이 가토 시게아키(加藤立行了‡). 1987년 오사카부에서 출생했다. 일본 아이돌 그룹 NEWS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2012년 1월 <핑크와 그레이>를 발표해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섬광 스크램블>, <BURN》, 우산을 들지 않은 개미들은>, <튜버로즈에서 기다리고 있어>와 같은 히트작을 계속 써 내려가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핑크와 그레이>는 일본에서 영화화되었고, <우산을 들지 않은 개미들은>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제42회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상을 수상한 <얼터네이트》는 2020년 제164회 나오키상과 2021년 서점 대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잡지 <다빈치>의 BOOK OF THE YEAR2021에서 소설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오늘날의 일본 문학계를 석권하여 청춘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옮긴이 김현화. 번역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번역 예술가, '번역에는 제한된 틀이 존재하지만, 틀 안의 자유도 엄연한 자유이며 그 자유를 표현하는 것이 번역'이라는 신념으로 일본어를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역서로는 아키요시 리카코의 <작열>, 가쿠타 미쓰요의 <무심하게 산다>, <천 개의 밤. 어제의 달>, 마스다 미리의 <코하루 일기>, 무레요코의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모리사와 아키오의 <실연 버스는 수수께끼>이외에도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선은 나를 그린다> 등이 있다.
표지 디자인 : 소미 미디어(Somy Media)
감상평
"얼터네이트"는 청춘소설입니다. 감정 조절이나 인간관계에 능숙하지 않은, 자아 성숙이 덜된 인물들의 모습을 얼터네이트를 통한 '만남'으로 보여줍니다.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이 어른에 비해 익숙하지만 아직은 인간관계에 서툴기만한 풋풋한 감성이 담긴 책입니다. 아직 감성이 완성되지 못한 고등학생 청소년들의 파릇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루루와 반 나즈, 나오시입니다.
자신 없지만 자신이 하고픈 일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이루루. 자신과 가장 적합도가 높은 상대를 기다리지만 정작 스스로를 상대방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반나즈. 할머니와 동생의 무관심 뒤에 숨어있는 진심을 끝까지 모른척 해야만 하는 상황이 갑갑한 키만 자란 나오시.
이들 이야기를 교대로 보여주면 고등학생 나이대 청소년의 고민과 친구, 생각들을 얼터네이트 앱과 관련하여 보여줍니다. 실시간 매칭 앱 얼터네이트는 최신 기술 집합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본원적인 인간의 모습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니, 인간의 본능적인 소통 욕구를 보다 원활하고 쉽게 하기 위한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소설에서 얼터네이트는 배경 또는 소재나 도구 정도일 뿐 별다른 역할은 없습니다. 그저 소설 속 인물들이 얽히게 된 원인이 얼터네이트일뿐.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인물 간 대화나 상황 묘사가 뭔가 오글거리는 그런 일본 특유의 '분하다' '용납이 안된다' 같은...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접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특유의 오글거림이 조금 읽기 거북했습니다. 다만 제 취향일 뿐 이런 말랑하고 열혈 분위기를 좋아하고 익숙하다면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제겐 그저 작위적으로 분위기를 꾸려가는 듯 보였어요.
주인공이 3명이고 등장하는 조연급 인물도 다수입니다. 그래서 주제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마지막 섬'은 앞부분 몇 장만 읽어도 바로 주제가 보였는데, 얼터네이터는 책 내용이 중반을 넘어가는데도 뭐라고 할만한 주제가 보이지 않더군요. 물론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겠는데, 마치 예전 시트콤 같더군요. 이야기가 단편적이에요.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으레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자아성장입니다. 청소년기에 겪었던 감정 과잉이 주변 인물과의 롤러코스터 같은 짜릿하고 눈물진 경험으로 불뚝이던 호르몬이 차츰 정제되는 모습. 즉,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인물들의 이야기로 보여줍니다.
나쁘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은. 제게는 평범한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제 주관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