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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도서] 고요한 밤의 눈

박주영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소리 없는 전쟁의 시대야. 환율과 주식 가치는 급변하고, 금융위기설이 끊이지 않으며, 기업의 구조조정과 공공재의 민영화 논란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 현 정세를 열렬히 옹호하는 것도, 극렬히 반대하는 것도 전체에 비하면 소수에 지나지 않네. 그들의 의견이 세상을 움직이게 할까? 아닐세. 세상은 움직이지 않아. 왜냐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움직일 때 세상은 비로소 변화하게 되는 거네. 세상이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우리로 남아야 하네. 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우리는 자네가 제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네.”

 

이것이 그가 스파이로 살았던 이유였다. 아니 스파이로 살게 했던 명분이었다. 이 책은 무수한 물음표들을 던진다. 던져진 물음표의 특징은 특별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혼돈의 이유는 그 물음표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또는 독자가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한 통찰의 변은 매우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말이다. 사람들은 세계를 자기중심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자기중심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중심을 끌어당겨야하는데 이 끌어당김이 극히 권력적이어서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한다는 게 문제이다. 이 소설은 적어도 그렇다.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시 되는 세계에 대한 의문을 자꾸 제시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계속해서 제시할 뿐 특별한 답이 없다. 그래서 이야기는 좀 지루해진다. 이야기에 대한 구체성도 떨어져 자칫 진부해진 논의가 되는 듯도 하다. 인생에 정답은 있을 수 없지만 계속된 절망의 끝이 보여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외침 정도는 소설이 해줘야한다는 생각을 갖은 지극히 개인적인 나에게는 좀 아쉽기까지 하다.

 

‘일은 노예가 하지. 우리 같은 1%는 전쟁을 해. 땅따먹기를 하고 누군가를 이 세계로부터 분리시키고. 누구를 죽이느냐에 따라 내 몫이 결정되니까.’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 책임자의 위와 같은 말이 이젠 낯설지조차 않다. 이런 불감증의 시대에 우리 곳곳엔 스파이가 존재한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것이 스파이의 삶인지 본연의 삶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다. 결국은 사랑도 스파이의 삶의 일부가 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 이니셜로 구분된다. 누군가는 태어나면서부터 존재하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뭉텅이로 사람들이 실종된다. 그들의 실종은 집단적 성격을 지닌다. 알 수 없는 권력으로부터 움푹 들려지듯이 사라진다. 정체성 또한 불분명하다. 쌍둥이 언니의 또 다른 그림자처럼 살아온 D와 15년 만에 혼수상태에서 다시 살아나거나 그의 애인이 되어야하는 스파인 X와 Y. 그리고 이들의 상위체제인 보스 B. 조지오웰의 1984가 연상되기도 한다. 거대 조직으로부터 조정 당하는 인간.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사회. 스파이로서의 책무처럼 시작되는 사랑. 공포정치로 인해 기계화되는 인간의 사유. 뒤늦게 밝혀지는 출생과 삶의 비밀들. 너무나 평범한 누군가의 뒤에 그림자가 존재하는 듯한 기시감. 우리도 모르는 사이 조직과 사회의 시스템에 의해 조정되는 한 인간으로 살아야한다는 걸 안 순간부터 불행해지는 느낌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진실과 진심에 대한 의구심. 조지오웰이 남긴 사랑의 힘도 X와 Y는 유약하기만하다. 이 불행이 마냥 불행하지만 않기 위해서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읽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다. 역사와 시대는 과연 반복되는 것인가? 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죽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고 수시로 죽음을 생각하고 삶에 미련을 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 갈수록 세상은 얼마나 암담할 것인가? 지구가, 사람이, 살만한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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