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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전래특급

[도서] 新 전래특급

박해로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얼마전 찬호께이 작가의 신작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인 잭과 콩나무, 푸른 수염 그리고 피리 부는 남자를 기초로 해서 거기에 사건을 만들고 자신만의 추리를 더해가는 독특한 형식의 장르 소설이었다. 분명 잭과 콩나무는 아는데 왜 그 아이가 살인을 저지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읽는 관점은 또 다르구나 하는 색다른 시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박해로 작가의 신전래특급도 그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춘향이와 이몽룡, 해와 달 그리고 흥부까지 전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총출동한다. 변사또가 춘향이를 향해서 수청을 들라고 강요하는 기본적인 전제조건까지 그대로 가져온다. 하지만 거기서 한번 비틀어 버린다. 분명 과거에 급제해서 당당하게 나타나야 할 이몽룡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설정이 생뚱맞다기보다는 유쾌함과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이야기만 비틀어 놓은 것이 아니다. 박해로 작가는 자신만의 도시인 섭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이 이야기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의 전작들을 읽었다면 더욱 반가울 섭주의 배경 설정이 그러하다. 모든 호러는 섭주로 통한다는 식이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섭주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곳이고 무서워하는 곳이자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그러기에 생활을 계속 되어야 하며 누군가는 나타나서 그 모든 것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강화도 꽃놀이 여행인 줄 알고 연인을 따라갔던 심청은 잘 알지도 못하는 문서에 간단히 이름을 쓴 행위가 채무 연대 보증인 줄도 몰랐다. (189p)

 

찬호께이의 책에서도 기본적인 골격은 하나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더해졌었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 속에 숨겨진 헨젤과 그레텔이라던가. 물론 그대로 적나라하게 다 드러내 놓고 보여주지는 않는다. 교묘하게 앙큼맞게 숨겨 놓은 이야기들이 존재했었다. 신전래특급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잡아 놓은 이야기는 존재하지만 그 속에는 익히 알고 있던 그래서 반가운 캐릭터들이 툭툭 드러나는 것이다. 가령 심청전의 심봉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 집의 옆집에는 흥부가 산다. 심봉사와 흥부의 만남이라니 누구나 흥부와 놀부는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들의 만남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왜 우리는 이런 조합을 생각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왼쪽 집은 흥부 부부가 살아요. 제비가 그 집을 가끔 드나드는데 그걸로 사람들과 연락을 취한대요. 기예단 출신이거든요. 두번째 집은 혹부리영감이라는 분이 살아요. (164p)

 

이 이야기가 왠지 끝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우리가 알고 있는 전래 동화들이 더 많을 것이며 나아가 찬호께이처럼 외국의 동화를 기반으로 우리만의 설정을 접해 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하이브리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한자를 바탕으로 한 작가 특유의 말장난도 눈길을 잡아끈다. 강지영 작가의 [신문물 검역소]를 참 재미나게 읽었었는데 그런 류의 박해로 월드가 펼쳐진다면 그것 또한 참 재미지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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