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에세이, 평론집 등 다양한 저술 활동과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 아르곤을 각색한 인기 작가 주원규의 장편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은 그의 전작 『반인간선언』의 후속작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에서(243P)
“희생하고 희생당하고, 억압하고 억압당하고, 오직 양자 간 택일을 강요하는 폭력의 문법 속에서 질식하는 건 우리들, 그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닐까요. 그 자화상에 대한 거칠고 낯설지만 그럼에도 강렬함으로 잔류하는 우울한 소묘가 여러분에게 낯 붉히며 소개하는 소설이 그려내는 세계의 전부입니다.”라고 소설을 쓴 이유는 독자의 몫으로 남기고 있다.
이야기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과거와 복수를 위해 사는 현재의 시점을 오가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여러 권의 책을 낸 경력이 증명해 주듯이 뛰어난 문장력과 강한 흡입력으로 책의 서사와 그 이면을 쫓아 끝까지 읽어 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누구라도 그날만큼은 행복해야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죽어간다. 가난한 집에서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는 편지 한 장 남기고 사라지고, 아버지도 술독에 빠져 살다가 사라진 후, 할머니의 손에 자란 주일우의 쌍둥이 동생 정신지체 3급 쌍둥이 동생 주월우가 죽었다.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 주월우와의 마지막 전화 통화로 동생의 상황을 모두 들은 주일우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동생을 죽인 범인으로 추정되는 동네 일진들을 따라 소년원으로 들어간다. 일진들은 큰 사고를 숨기기 위해 자잘한 사고를 저질러 소년원으로 숨어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된 주일우는 동생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소년원에는 동네 일진인 ‘문자훈’ 일당이 도사리고 있고, 그 위에는 위압적인 폭력을 일삼는 지독한 교사 ‘한희상’이 있다. 일우는 어떤 압박이나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아남는다.
소년원에서 유일하게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상담교사 ‘조순우’는 주일우를 다독여 보지만 일우는 끝내 복수의 길을 간다. ‘조순우’의 도움으로 일진들에 복수를 끝내는데... 유일한 편이 있다고 생각되는 인자한 선생님인 상담교사 ‘조순우’는 사실은 동생을 성폭행하고 끝내는 죽였다는 것이 너무 큰 충격이었다.
이 책에서 소년원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계도하는 곳이 아닌 폭력과 인권유린의 또 다른 장소일 뿐이다. 그 집요하고 잔인한 폭력성은 책을 읽는 내내 몸서리치게 했다. 이 사회의 잔혹한 폭력성과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그 폭력성에 질식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지도 모르는 현실을 직면하고, 인간성 회복을 주창하는 작가의 의도가 읽혔다.
「괴물의 이유」에서(77P)
“잔인함을 위한 잔인함이 아닌 생존 세계의 밑바닥에서부터 밀고 올라오는 잔인함. 끓는 물에서 수많은 방울들이 잔잔한 표면을 휘젓고 솟구쳐 오르는 불가항력의 잔인함”이라고 썼다. 이런 잔인함을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주일우에 이입되어 느껴야 했다. 그런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주일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응원하면서 끝까지 읽어나갔다.
「괴물의 뒤편」에서(237P)
“무표정했다.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고 휘발된 느낌을 주는 눈빛에는 무생물을 닮은 창백함이 서려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낯설었다”라고 적혀 있다. 조순우는 붙잡혀가면서 원생들 앞에 서서 어색한 웃음을 보인다. 그렇지만, 조순우의 비밀을 지켜본 주월우의 친구 ‘손환’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뱉은 침을 주홍글씨로 받아들이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거친 사회에서 단 한 사람, 사람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이 따뜻했는데, 그런 사람이 범인으로 변하고 끝내 한 사람도 인간다운 사람이 없이 잔인함만 남기고 끝을 맺는 소설이 안타깝고 원망스러웠다. 이제 어쩌란 말인지... 주일우가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벌인 싸움 끝에서 주일우와 싸운 일진 세 명을 스스로 죽인 ‘조순우’는 잡혀간다. 그것이 주월우를 죽인 ‘조순우’가 스스로 내린 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