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상상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이라면 다르다. 누가, 무슨 일로, 왜, 어떻게 등 모든 것이 안갯속이라면 방법은 있다. 끝까지 책을 읽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장담하건대 저절로 그렇게 읽게 될 것이기에.
전 세계 미스터리의 역사를 재창조한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1억 부 이상이 팔린 명실공히 최고의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이자, 출간 이래 항상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 세계 3대 추리 소설 중의 하나이자, 수없이 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최고의 미스터리이며, 애거서 크리스티 자신이 뽑은 제일 좋아하는 작품 목록의 1위에 올라 있다.
외딴섬에 저마다 숨기고픈 비밀이 있는 열 명의 손님이 초대를 받는다. 저택의 곳곳에 섬뜩한 내용의 동요 가사가 든 액자가 결려 있고, 그 동요에 맞춰 10명의 손님들은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하는데……. - 표 사지에서
병정 섬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법으로 판단하기에는 무죄인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양심까지 도덕적인 사항은 아닌 내용으로 다른 사람을 죽게 만든 사람들이다. 섬에 고립된 상태에서 한 사람씩 죽어가는 상황에서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자신의 죄상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재치 있는 서술, 끝없이 궁금증을 유발해서 끝까지 독자를 끌고 가는 힘이 최고다.
섬이라는 특성상 누군가 구조해주지 않으면 피신할 방법이 없다. 그곳에서 열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누군가의 설계에 의해 죽어가는데, 분명 범인과 함께 있는데 서로를 믿을 수 없고, 믿어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 제목처럼 마지막 남은 한 사람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끝난다.
셜록 홈스와 괴도 뤼팡을 무척 좋아해서 열심히 읽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복선을 생각하며 누가 범인일지 맞히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번 책은 소설 쓰기를 배우면서 읽게 되었다. 한 사람씩 죽어가는 상황이라 긴장하며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말미에 가도록 누가 범인인지 미궁이라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평소의 책 읽기에서도 잘 접하지 않던 장르라 마치, 잠시 여행을 다녀온 느낌으로 읽었다.
작가는 법으로는 단죄할 수 없는 죄를 짓고 양심의 가책 없이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한 곳에 불러 모아 모두 죽게 했다. 에필로그에서 범인이 쓴 편지에 의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판사로 살면서 냉혹한 법의 잣대로 판결해서 ‘교수형 판사’라는 별명을 가졌다. 그는 판결하며 희열을 느꼈고, 직접 사람을 살해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된다. 그것을 마치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의 욕망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전성기에 집필한 걸작이며 그녀의 유명한 구성 능력이 가장 탁월하게 발휘된 한 예가 될 것이라고 작품 해설에서 설명한다. 그는 살인방식을 먼저 정하고 글쓰기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다음 단계로 살인자를 구상하고 동기를 부여했으며, 때로는 살인 계획을 상당히 구체화한 뒤에야 살인자나 동기가 떠오르기도 했다고 한다.
늘 미궁인 것만 같은 우리의 삶도 어쩌면 추리소설이 아닐까. 누가 설계한 미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혜의 눈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