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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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시이다. 외우고 다닐 정도로 좋아하는 시이다. 정호승님의 따스한 심상이 엿보이는 시다. 고생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이 없듯이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통이 있기 때문에 기쁨 또한 존재한 것처럼 그늘과 눈물이 있기에 햇빛이 아름답다.
여러 권의 시와 산문으로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호승 작가의 시선집이다. 아름다운 시들로 독자를 위로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맑고 투명한 정신을 읽는 것 같다. 어떤 삶을 살아 온 사람은 그런 시를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