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시인의 아픔을 위로하는 시와 희망을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시집이다. 3쇄 개정판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미지의 사평역에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난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사평역에서의 첫 문장은 오랫 동안, 문득 문득 내 마음에서 돋아나는 싯구였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이렇게 이어지는 시의 전문은 운율이 좋아서 읽기에도 낭송하기에도 암송하기에도 너무 좋아서 마음에 담은 시다.
막차는 무엇을 의미할까, 왜 대합실에 모인 사람들은 막차를 기다려야 했을까? 눈내리는 날마저도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을 그들의 어려운 처지? 지난한 삶이 슬프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대합실에 함께 모여 있다. 모여서 오기로 되어 있는 막차를 기다리고 있다.
막차는 희망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기어이 난로에 톱밥을 넣으며 그 온기로 위로와 희망을 주는 작가의 귀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1981년 신춘문예 당선작인 사평역에서는 현실에 실제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이다.
맑은 시, 아픈 시대를,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슬픔, 아픔. 그런 것들도 좋다는 시어에는 위로가 묻어 있다. 난파선 같은 삶의 울렁거림을 다독여 힘을 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언어들이 감사하다.
젊은 날을 벗어나 다시 읽는 [사평역에서] 는 아직도 슬프고, 아직도 아련하고, 아직도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