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그저 구경하듯이 볼 수 있는 작품과
보는 내내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해야하는 작품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 <프로즌>은 후자에 해당했다.
공연 예매가 시작된지 5시간만에 전석이 매진된 작품이라는 소식만 듣고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지 상당히 궁금했다.
상업적인 대중극이 아니고서 어떻게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작품성과 어느 정도의 배우 인지도로 매진을 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여전히 연극을 사랑하고 대학로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세상에 상처받고, 마음이 고장나서 치유 받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연극 내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간 나.
무대 위에 세트가 거의 없다는 점과 배우 세 명이 식탁에 둘러앉아서
각각의 독백으로 50여 분이 넘는 시간을 채워 나가는 것에 놀랐다.
비닐 봉투에 쌓여져서 무대 뒤에 메달려 있는 무대세트이자 소품.
극 안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상당히 인상깊은 무대 디자인이었다.
<프로즌>은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김광보 연출(서울시극단 단장)은 연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배우'를 든다.
아마도 이를 좀 더 넓게 생각하면, 결국 연극은 사람이 만들어 내는 예술이라는 점.
이것이 그의 연출에는 끊임 없이 강조되는 것 같다.
이 작품을 보면서 배우들의 연기에 빨려들어가면 관객은 도저히 편안한 자세로
작품을 감상하기 힘들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작품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 하다.
잠시나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떠 올리고, 정자세로 스스로를 규제하게 된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안간힘을 쓰는지 관람을 하는 110분의 시간 동안
관객은 몸을 통하여 느끼고,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사실, 이는 그리 유쾌한 감정을 갖게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그저 웃음으로 공연 시간의 전부를 채워 나가려고 노력하는
작품에 익숙했던 관객이라면 연극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극을 보는 시간 내내 우리에게 주어진 웃음은 냉소밖에 없을테니까.
이 작품에 나오는 세 인물은 각자의 상처를 갖고 살아간다.
소아성애 연쇄살인자에게 어린 딸을 잃게 된 '낸시'
어린시절부터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소애성애 연쇄살인자 '랄프'
절친한 친구의 남편이자 10년 동안 함께 동료 연구자였던
데이비드와 단 한 번의 실수로 불륜을 저지르고
그가 사고를 당하자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는
다양한 사례의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는 정신과의사 '아그네샤'
연극은 110분 동안 세 명의 인물의 독백과 대화로 이루어진다.
절대로 소통 불가능 할 것 같은 그들의 대화는 쉽게 이해되지는 않다.
- 기억에 남는 대사 -
랄프
"가끔 세상은 당신의 뒤통수를 치고는 원하지 않는 곳으로 당신을 데리고 갈 겁니다."